바지사장에게 허위 자백 시켜…의심할 경우 사망자 물색
3년 간 수사망 피해…초범일 경우 벌금·집유인 점 악용
출처를 알 수 없는 석유를 팔다 적발되면 폐업한 뒤 간판만 바꿔 다시 여는, 이른바 ‘먹튀 주유소’를 운영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일당 중에는 전직 경찰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지검 공정거래·조세범죄전담부(부장검사 용태호)는 석유사업법 위반,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A 씨(56·남)와 B 씨(51·남)를 구속기소 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검찰은 먹튀 주유소 구매자 C 씨(45·남)와 무등록 석유 판매자 등 2명, 바지사장과 바지사장 모집책 D 씨(66·남) 등 6명, 전직 경찰 경감 출신 E 씨(62·남) 등 총 11명을 기소했다.
먹튀주유소는 불법으로 빼돌린 면세유 등을 구입해 단기간 판매한 뒤 세금을 내지 않고 폐업한 주유소를 말한다.
A·B 씨는 2021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인천, 용인 등에서 합계 81억 원 상당의 무자료 석유를 매입해 단기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바지사장 명의로 설립한 법인들을 C 씨에게 개당 4000만 원 상당에 매도한 뒤, C 씨가 합계 58억 원 상당 석유를 무자료로 공급받아 판매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A·B 씨는 석유판매자에게 관할 관청에 등록되지 않은 경유와 휘발유 18억 원 어치를 구입했다.
A·B 씨는 7회에 걸쳐 D 씨 등 바지사장들에게 수사기관 조사에서 먹튀주유소 운영자인 것처럼 허위 자백하고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직 경찰 경감인 E 씨는 현재 법무법인 사무장으로 바지사장 모집책으로부터 담당 경찰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100만 원을 공여받은 혐의다.
경찰은 애초 허위 자백한 바지사장 D 씨를 피의자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전국적인 먹튀주유소 운영 조직을 적발했다. A 씨 등은 조세 포탈 범행이 적발되더라도 동종 전과가 없고, 포탈 세액이 크지 않으면 통상 벌금형,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범행이 발각되기 어렵게 서류를 꾸민 뒤 많은 먹튀주유소 법인을 팔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이 발각될 경우 명의상 대표인 바지사장이 실운영자인 것처럼 경찰 조사를 받게 했으며, 바지사장이 불응하면 대신 처벌받을 사람을 물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수사기관이 바지사장의 자백을 의심하는 경우에는 최근 사망한 사람을 물색해 사망자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방식의 3중 범인 도피 행각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약 3년에 걸쳐 수사망을 피해왔다”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게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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