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해양경찰서 박진국 경감
미약한 신호서 긴급 구조요청 포착
침몰 사고서 전원 구해 의인상 수상
“PAN(무선 전화에서 사용하는 긴급 용어), PAN, PAN.”
처음 접한 잡음 섞인 신호를 그냥 지나치지 않은 ‘해양경찰의 촉’이 소중한 목숨을 살렸다. 5m가 넘는 파도를 뚫고 침몰 중인 화물선에서 선원 11명 전원을 구조한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 소속 5002함(승조원 48명)의 통신장 박진국 경감 이야기다.
올해 2월 15일 오후 9시 55분경 제주 해상을 경비하던 5002함 통신실 VHF(16번) 채널에서 잡음 섞인 미약한 신호가 감지됐다. 해당 신호는 전파 문제로 치부돼 무시될 위기에 처했지만, 36년 경력의 박 경감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실제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무선 전화 긴급 용어인 ‘PAN’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박 경감은 즉각 통신기 감도를 조정해 1959t급 금양6호(승선원 11명)가 서귀포항 남서쪽 61km 해상에서 침몰 중인 사실을 확인해 5002함 함장에게 보고했다. 절박한 구조 요청이 묻힐 뻔한 순간을 박 경감이 살려낸 순간이다.
5002함은 사고 해역에 출동했고, 좌현으로 약 25도 기운 채 침몰 중인 금양6호를 발견했다. 구조는 초속 22m의 강한 바람과 5m가 넘는 파도로 인해 배가 3층 건물 높이로 솟구쳤다 추락하기를 반복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5002함 대원들은 단정을 띄워 화물선에 밧줄을 연결하는 방식을 고안해 기적적으로 선원 모두를 구조했다. 5002함의 활약을 지켜본 국제해사기구(IMO)는 의인(義人)상을 수여했다.
박 경감은 “오랜 세월 통신 업무를 담당했지만, ‘PAN’이라는 신호는 처음 들었다”며 “통상 선박들이 사고를 당하면 긴급이 아닌 ‘조난’이나 ‘안전’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경감은 “신고 접수부터 구조까지 신속하게 진행된 모습을 보고 해양경찰의 자부심을 느낀다”며 “바다에서 절박한 상황이 발생해도 해경이 항상 듣고 보고 있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