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은 김성근 포스텍 총장
논문 수로 평가 땐 형평성 어긋나… 교수 연봉과 연계해 동기 부여
2026학년도엔 ‘종일 면접’ 도입
그룹 면접-토론-세미나 등 진행… 지원자 잠재력 심층적으로 평가
학부생 전원에 진로 탐색 지원금… 여러 전공 강의 묶은 융합학부 출범
포스텍(포항공대)이 올해부터 학과를 평가할 때 국내외 정상급 대학의 동일한 학과와 비교해 평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포스텍 물리학과의 경우 국내에선 서울대나 KAIST, 해외에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비교해 더 나은지 등을 학과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학과 평가를 통해 학과별 연봉 인상분을 결정하고 그 안에서 개인별로 나누는 포스텍 시스템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외 다른 대학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학문적 성과와 연구 역량을 내야 연봉도 높게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성근 포스텍 총장(67)은 이달 5일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과 평가 제도 개선 방침과 함께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현재 1인당 30분 동안 치러지는 면접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심층 집단면접으로 바꾼다”고도 밝혔다. 국내 대학에서 종일 면접을 치르는 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과평가에 비교평가를 도입했다.
“화학이나 신소재 전공은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내지만 컴퓨터공학이나 인공지능(AI) 분야는 트렌드가 워낙 빨리 변하니 콘퍼런스에서 발표하는 논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논문 수란 정량지표로 비교하면 늘 같은 학과만 좋은 평가를 받아 동기 부여가 안 된다. 그러니 같은 물에서 노는 사람끼리 비교하자는 거다. 예를 들어 화학과를 평가할 때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 2곳, 해외는 연구 역량이 비슷한 대학 1곳과 최고 수준의 대학 2곳 등 총 대학 5곳을 선정해 비교하려 한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하는 과학기술의 세계적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인재 양성에 비상이 걸렸다.
“포스텍에는 과학과 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다른 대학만큼 영향이 크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입시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두 달 전부터 영재학교에 직접 강의하러 가고 있다. 입학처장은 과학고를 돌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는 가두리 양식장이 아닌 만큼 국내 인재들도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다 빠져나가기 전 정부가 정신 차리고 이공계 정책을 내놔야 한다. 뒤늦게 애국심에 호소해봐야 안 된다.”
―2026학년도 대입부터 종일 면접을 도입한다.
“포스텍은 국내 대학 최초로 학부생 전원 입학사정관제 선발을 시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 입시제도에선 지원자를 종합적,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지원자와 그렇지 않은 숨은 인재를 구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원자로서도 30분 면접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올해 공고한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선 정원 내 전체 모집인원 320명 중 220명을 대상으로 종일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선발 방법을 ‘서류 50%+면접 50%’로 바꿔 기존의 면접 반영 비율(33%)보다 높였다.”
―종일 면접에선 어떤 걸 평가하나.
“집단적으로 질문을 해결하는 그룹 면접,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미션을 완수하는 프로젝트 수행 면접, 토론, 세미나를 진행한다. 또 같이 운동과 실험을 하고 밥도 먹을 예정이다.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대학 교수들이 포스텍 면접관으로 참여해 감시자 역할도 하고 다른 시선으로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달 융합학부를 출범시켰다.
“포스텍은 예전부터 무전공(단일 계열)으로 입학생을 모집해 학생들이 다양하게 전공을 탐색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학문 융합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양자기술을 배운다고 가정해보자. 물리학과에선 양자역학을 깊이 있게 가르쳐 주지만 기술을 본격적으로 가르치진 않는다. 반면 전자과에 가면 양자 물질은 안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하기 어렵다. 그래서 융합학부에서 양자기술을 배울 때의 표준 커리큘럼을 만들어 제공하기로 했다. 전담 행정조직을 만들고 교수들이 향후 어떤 분야의 학문과 기술이 필요할지 고민해 여러 강의를 묶은 종합 선물세트를 만든다. 공식 학위로 졸업장에도 융합전공 내 무슨 트랙을 이수했다는 식으로 명기된다.”
―국내 대학 첫 미니연구년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3개월 이내로 해외 대학에서 학술 활동, 강의·세미나, 공동 연구과제 수행 등을 할 수 있게 한다. 기존 제도에선 6년 근속 시 1년, 3년 근속 시 6개월의 연구년 신청이 가능했는데 포스텍 교수진의 연구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더 짧은 기간의 연구년을 주기로 한 것이다. 임금 외에 항공료와 숙박비 등으로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한다.”
―학부생 전원에게 최대 1000만 원의 바우처도 준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형 진로 탐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창업 초기 자금, 해외 콘퍼런스·세미나 참가비, 해외 인턴십 체류 시 활동 비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포스텍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지난해 기준 1억2700만 원인 반면에 전국 4년제 대학 평균은 1953만 원이다. 제2건학 사업으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예산 규모가 50%가량 증가하며 학생 1인당 교육비도 더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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