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뢰 맞고 40분 심정지…생환한 20대 교사 “두번째 삶 선물받아”

  • 뉴스1(신문)
  • 입력 2024년 9월 12일 22시 15분


전남대병원서 집중치료 끝에 28일만에 건강 회복해 퇴원
“의료진 노력에 감사”…병원에 발전후원금 1000만원 기탁

광주에서 낙뢰를 맞고 기적적으로 생환한 교사 김관행 씨(오른쪽)가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와 맞손을 잡고 있다.(전남대병원 제공) 2024.9.12/뉴스1
광주에서 낙뢰를 맞고 기적적으로 생환한 교사 김관행 씨(오른쪽)가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와 맞손을 잡고 있다.(전남대병원 제공) 2024.9.12/뉴스1
광주에서 낙뢰에 맞아 응급실로 옮겨진 20대 교사가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아 두발로 퇴원했다.

12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광주 서석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교사 김관행 씨(29)가 지난 2일 퇴원했다.

김 씨는 지난달 5일 광주 한 대학교에서 연수를 받고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광주와 전남에 3000번에 가깝게 떨어진 낙뢰가 원인이었다.

김 씨는 낙뢰가 떨어질 때 나무 옆을 지나가다 감전됐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전원된 김 씨는 약 40분 간 심정지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심장이 멎은 후 5분이 지나면 혈액과 산소 공급 문제로 심장과 폐, 뇌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크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 김 씨는 전남대병원이 갖추고 있는 에크모(인공심폐기계)로 3일간 심장과 폐의 집중치료를 받았다. 중환자실 입원 직후인 첫날 밤이 고비였다. 다발성 장기부전과 피가 멎지 않는 파종성 혈관 내 응고까지 오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모든 위험을 이겨낸 김 씨는 10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뗐고, 16일간의 중환자실 치료 끝에 회복하기 시작했고 28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정지가 장시간 진행된 탓에 심장과 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응급실에서 급하게 에크모를 시행했다”며 “솔직히 처음엔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환자가 젊은 데다가 우리 응급실로 온 만큼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 싶었다”고 기억했다.

조 교수는 “치료가 매우 어렵긴 했지만 무엇보다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정신력이 매우 강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서석고에 부임한 지 3년이 된 김 씨는 1학년 담임이자 국어과목을 맡고 있다. 건강하게 퇴원하기는 했지만 장기간 입원으로 인한 섭식 장애, 근력 감소, 발뒤꿈치 피부 손상 등으로 아직은 걷기도 힘들다. 학교 복귀 또한 아직 기약이 없다.

김 씨는 “번개 맞은 전날부터 거의 10일간의 기억이 전혀 없다”며 “두번째 삶을 선물받았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하루하루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김 씨는 의정갈등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김 씨는 “최근 의정갈등으로 인해 응급실을 비롯한 병원 의료진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 아쉽다”며 “실제로는 환자를 위해 불철주야 헌신해주시는 교수, 간호사 분들의 노력과 열정에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갈등이 원만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퇴원을 한 김 씨는 지난 4일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발전후원금 1000만 원을 기탁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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