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에서 낙뢰를 맞아 심장이 40분가량 멈췄던 20대 교사가 사고 28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교사는 제2의 삶을 얻었다면서 자신을 치료해준 병원에 1000만 원을 기탁했다.
13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관행 씨(29)는 지난달 5일 조선대에서 연수를 받고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낙뢰를 맞고 쓰러졌다. 당일 광주 지역에서는 3000번에 가까운 낙뢰가 관측됐다. 김 씨는 낙뢰가 나무에 떨어질 때 옆을 지나다 감전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본 시민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며 119에 신고했고 김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전원됐다.
병원에서 도착한 후 김 씨의 심장은 다시 뛰었지만 이미 40분이나 멈춰있던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5분만 뛰지 않아도 혈액과 산소가 공급이 안 되면서 심장과 폐, 뇌까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정지가 장시간 진행된 탓에 심장과 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 싶었다”고 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김 씨는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로 집중 치료를 받았다. 그는 다발성 장기부전과 파종성 혈관내응고장애(DIC)까지 오는 위급한 상황을 겪고도 입원 10일 만에 자발 호흡이 가능해질 만큼 회복했다. 낙뢰환자는 응급의학 분야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편에 속한다고 한다. 조 교수는 “무엇보다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정신력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2일 퇴원했다. 장기간 입원으로 섭식 장애와 근력 감소 등의 후유증만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퇴원 이틀 뒤인 이달 4일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발전후원금 1000만 원을 기탁했다. 그는 “두 번째 삶을 선물 받았다”며 “최근 의정갈등으로 병원 의료진에 대해 막연히 부정적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은데 실제로는 불철주야 헌신하는 의료진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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