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규정에도 없는 얼차려로 쓰러진 박모 훈련병이 숨진 직후 가혹행위를 지시한 간부들이 심각성을 모르고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였다는 조교의 폭로가 나왔다.
지난 13일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중대장 강모 대위(27)와 부중대장 남모 중위(25)의 학대치사 및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세 번째 공판이자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었다.
이날 증인석에 선 해당부대 훈련 조교 A 씨는 사건 이후 피고인들의 태도를 묻는 검찰 측 질문에 “장병 정신건강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대대장실에 내려갔는데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있었는데 농담을 하고 웃어가면서 ‘어제 뭘 만들어 먹었는데 맛있다더라’는 등 (간부들끼리)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이) 제 생활관 담당 훈련병이기도 했고 이런 일도 처음이었다. (병원에) 후송갈 때만 해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망 소식을 듣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는 숨진 박 훈련병의 유족들이 참석한 상태였는데 A 씨의 증언이 나온 뒤 법정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남 중위 측은 A 씨에게 남 중위가 당시 완전군장에 책 몇 권을 넣으라고 구체적 지시를 했는지 여부 등을 물으며 지난 재판과 같이 고의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A 씨는 사건 이후 대대장실에서 만난 강 대위가 아픈 사람을 묵살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뒤 “아픈 사람이 있었냐고 물어보지 않았냐”는 강 대위 측 변호인 질문에 “듣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당시 박 훈련병이 쓰러지기 직전 “엄마, 엄마, 엄마”를 외쳤다는 동료 훈련병 B 씨의 진술이 나오자 유족과 지인들은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B 씨는 “군장을 함께 들어준 동료 훈련병에게 (박 훈련병의) 입술이 시퍼렇다고 들었고 쓰러지기 전 ‘엄마’를 세 번 외쳤다”라며 “쓰러진 박 훈련병에게 중대장은 일어나라고 했고 박 훈련병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훈련 일정 등으로 지난 공판에 출석하지 못했던 B 씨는 피고인들의 접촉을 거부해 별도 화상지원실에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이날 12사단 신병교육대 소대장이 출석해 가해자들의 평소 행실 등에 대해 묻는 피고인 측 질문에 답변하기도 했다. 다만 강 대위 측 변호인은 B 씨와 소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진행하지 않았다.
강 대위와 남 중위는 지난 5월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 훈련을 하면서 군기 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은 과실로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강원경찰청은 이후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이들 2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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