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을 10월 이후 양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추석인 ‘음력 8월15일’에 더는 여름 농사일을 마치고 추수 전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17일 추석 당일에도 최고기온이 최대 34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추석이 아닌 ‘하석’(夏夕)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통상 추석은 절기상 낮과 밤의 시간이 같아지는 추분에 위치해 있어 ‘가을의 시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추석은 더 이상 가을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도 종종 추석 차례를 음력 8월15일 이후에 지낸 바 있다. 윤달로 추석이 심하게 앞당겨져 차례상에 올릴 햇곡식을 구하지 못한 경우 중양절에 차례를 대신했다. 중양절은 음력 9월 9일로 이르면 10월 첫째 주 늦으면 셋째 주에 걸쳐있다.
◇ 농경사회도 아닌데 추석 ‘음력’ 고집해야 하나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추석 연휴 기간을 양력 10월로 고정하자’는 주장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과거 추석은 조상께 풍년을 기원하는 차례가 중심이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가족과 함께 혹인 개인 여가를 보내는 휴가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한다.
‘양력 추석론’을 옹호하는 이들 상당수는 ‘여름 추석’과 같은 계절적 대표성보다는 날짜를 예측할 수 있다는 편의성과 효율적 측면을 우선시했다.
지난 14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40대 남성 김 모 씨는 “추석 명절이 과거 농경 사회 일정에 맞춰서 날짜가 정해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생활 방식에 맞게 바뀔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며 “다만 추석을 옮기면 농업 종사자분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쪽 입장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50대 이 모 씨는 “추석 쇠는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는데 공감을 표하며 “현실적 혹은 경제적으로 명절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처럼 몇 월, 몇 번째 요일 이런 식으로 정해서 쭉 쉬게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대전행 버스를 기다리던 20대 공무원 윤 모 씨 “아무래도 추석 연휴가 기니까 양력으로 날짜를 고정하면 약속을 잡기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충남 공주로 향하는 주부 서 모 씨(47)도 “음력은 나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니까 양력으로 정해두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30대 직장인 권 모 씨는 근속 연수가 1년이 채 안 돼서 연차가 적은데 이번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8박 9일간 유럽 여행을 가게 됐다. 권 씨는 “이번 추석 연휴 덕분에 멀리 유럽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며 “명절을 주말 앞뒤 3일로 고정해 두면 저와 같이 저연차 근로자한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수천 년 내려온 ‘추석’ 일반 공휴일과 달라
‘ 양력 추석론’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계절성과 효율성보다는 ‘전통성’을 중시했다.
충북 음성에서 농사일하는 정 모 씨(68)는 “추석은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는 한민족 고유의 명절”이라며 “단순 편의를 위해 오랜 전통을 바꾸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대전 동구로 가는 유서현 씨(24) 역시 “추석이 시원할 때 쉬려고 생긴 건 아니다”며 “날씨보다는 음력 8월15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거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구 출신 직장인 이 모 씨(32)는 “추석 날짜를 섣불리 바꿨다가 조상님이 차례상을 못 드시면 어떻게 하냐”고 진지하게 걱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름이 길어졌다고 단순히 추석을 뒤로 미룰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신낙규 씨(64)는 “기후변화 때문에 추석을 바꾸자는 의견에 공감하기 어렵다”면서 “기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 송 모 씨도 “기후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날씨가 더워질 때마다 추석을 계속 뒤로 미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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