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구상나무, 100년 새 절반 줄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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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쇠퇴 연구
기온상승 등 기후변화가 감소 원인

구상나무는 대한민국에서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해발 1000m 이상 산지에 주로 분포한다.

구상나무가 세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17년 10월 31일 영국의 식물분류학자 어니스트 윌슨이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채집해 1920년 미국 하버드대에 있는 아널드 식물원 연구보고서에 소개하면서다. 연구보고서는 구상나무를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한라산과 한반도 남부지방에만 서식하는 토종 ‘아비에스 코레아나(Abies koreana)’라고 명명했다. 현재 구상나무는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로 인식되고 있으며, 개량 품종도 90종 이상으로 알려졌다.

100여 년 사이 한라산 구상나무가 절반 가까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대 3기부터 수백만 년 동안 혹독한 환경을 견뎌냈지만,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 변화에는 맥을 못 추고 있다.

18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1918년 1168.4ha에 달했던 한라산 구상나무 숲이 2021년에는 606ha로 48.1%(562.4ha)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유산본부는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의 고지도와 항공사진을 분석해 구상나무 숲의 변화를 추적했다. 1910년대에 제작된 조선임야분포도(朝鮮林野分布圖)와 1948년부터 1979년까지의 항공사진 등을 활용했다.

구상나무 숲의 감소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성판악 등산로 중심의 동사면이 502.2ha로 가장 큰 감소를 보였고, 영실 일대(서사면)와 큰두레왓 일대(북사면)도 각각 58.0ha, 40.7ha 감소했다. 반면 방애오름 일대(남사면)는 38.5ha 증가했다.

세계유산본부는 기온 상승과 태풍, 가뭄 등 기상 현상이 구상나무 숲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의 압력이 한라산 아고산대(해발 1500∼2500m) 침엽수림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세계유산본부장 관계자는 “구상나무 쇠퇴와 고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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