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실감형 소방 안전 훈련’
디지털 트윈 기술로 입체공간 구현… 웹사이트서 최대 20명 동시에 훈련
건물 진입-구급 구조 등 임무 수행… 민간인 캐릭터 등장해 현실감 높여
일반인 대상 소방교육에도 활용
“가상현실 속에서 온라인게임처럼 다양한 화재 진압 훈련을 할 수 있어 유익하네요.”
11일 대전 서구 서부소방서 사무실. 조영환 소방사가 컴퓨터 화면 속 소방관 캐릭터를 조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하던 것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건물이나 공간을 본떠 만든 가상현실에서 각종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등을 하는 ‘실감형 소방 안전 훈련’이다. 조 소방사는 “비상구와 방화문, 소화전 등 불이 났을 때 유용한 소방시설 위치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고 층마다 공간도 숙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 훈련은 디지털 트윈(가상모형)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공간을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현한 뒤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실험해 결과를 볼 수 있는 기술이다. 평면 지도를 활용한 훈련보다 입체적으로 공간을 숙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사이트에 접속해 4명씩 1개 조로 최대 20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다.
이날 훈련은 평송청소년문화센터와 한밭수목원 화재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119상황관리 표준 대응 매뉴얼을 바탕으로 차량 배치, 건물 진입, 소방시설 파악, 구급 구조 등 7개 임무를 통합해 4명이 가상현실에 접속했다. 소방 차량이 서부소방서에서 현장까지 출동하는 동안 소방관 4명은 음성 대화를 통해 각자 임무를 나눈다. 화재 규모를 설정할 수 있고 소화액과 산소 잔량 등 제약사항도 반영돼 현실감을 높였다. 가상현실 안에서는 소방관·민간인 캐릭터, 화재 진압·응급 구조 동작, 지휘·화재 진압·구급 차량, 각종 소방 장비 등을 제어할 수 있다. 남득우 서부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지휘관 판단에 따라 구조가 필요한 시민뿐 아니라 소방관의 안전도 결정된다”라며 “이 훈련을 통해 간접 경험을 많이 쌓으면 실제 현장에서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밭수목원, 평송청소년문화센터, 이응노미술관, 연정국악원, 대전시립미술관, 월평도서관, 신세계백화점, 오노마호텔 등 유성구와 서구에 있는 8개 공간을 구현했다. 이 가운데 신세계백화점과 오노마호텔은 일반인들도 훈련할 수 있게 만들어 화재 신고와 초기 진압 등 소방교육에 쓰인다. 훈련 프로그램은 행정안전부 지역 뉴딜사업에 선정돼 시와 한국국토정보공사가 9억 원을 들여 개발했다. 프로그램을 만든 업체 관계자는 “비슷한 해외 프로그램은 30억 원 정도로 비싸고 가상공간 속 캐릭터 행동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관내 5개 소방서를 대상으로 훈련을 마치고 소방관들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표경숙 시 토지정보과 팀장은 “8개뿐인 구현 공간을 더 늘려 소방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위한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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