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 후보 사이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 진보 진영을 불문하고 출마한 후보들이 “지금 방식의 선거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 보수도 진보도 “교육감 직선제 이대론 안 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진보 진영 후보로 뛰어들었던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19일 “정치가 압도하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교육을 논의할 여지가 사라졌다”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김 교수는 이날 사퇴 선언문에서 “현재의 교육감 선거 방식은 우리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러닝메이트제를 포함해 새로운 교육감 선거방식을 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진보 교육감 단일화 기구인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를 향해 “정당성과 대표성을 가진 단일화 기구 구성 방식과 공정하고 공익적인 역할 선정을 새로 모색해 달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가 진행되면서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어 의미없게 느껴졌다. 남는 건 조직(진영) 대 조직 밖에 없다”며 “앞으로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이 더 교육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보수진영 유력후보로 꼽히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도 ‘BBS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제가 교육감이 됐다고 치더라도 교육감 선거 폐지 운동에 앞장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 같은 경우 (교육감은) 서울시장이 교육국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맞다”며 “교육감 선거는 진보 좌파 진영에서 재미를 봤다”고 주장했다.
시도교육감 선거는 과거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였다가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직선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직선제로 전환된 이후 취임한 모든 서울시교육감이 유죄 판결을 받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감들의 유죄 판결과 중도 퇴진은 거액의 선거자금을 개인이 마련해야 하는 탓에 비리 소지가 큰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교실의 정치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보수-진보 잇단 사퇴…진보선 새 출마 선언도
이날 보수진영 후보였던 선종복 전 서울북부교육장도 “보수 후보 단일화와 결집을 위해 출마를 포기한다”며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지지 후보로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꼽으며 “교육현장에서의 경험, 지식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진보진영에서는 김용서 전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15일 “일신상의 이유”라며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진보 진영에선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는 추진위에 “단일화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단일화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기존에 단일화에 참여한 후보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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