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문 연 병원들, 다시 축소 운영
의료계 “연휴기간 환자 일시 감소… 응급의료 공백 갈수록 확산될 것”
응급처치후 배후진료 역량도 줄어… 정부 “응급의료 상황 녹록지 않아”
추석 연휴 기간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고,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이 24시간 진료를 유지하면서 우려했던 ‘응급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다행히 고비는 넘었지만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안 돌아오고 배후진료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응급의료 공백은 갈수록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충북의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도 다음 달 주 1회 응급실 성인 야간 진료 중단 방침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덕수 총리 “응급의료 상황 녹록지 않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이던 14∼18일 응급실 내원 환자는 하루 평균 2만6983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9911명)에 비해 3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환자는 하루 평균 1247명으로 전년 대비 14.3% 줄었고, 경증 환자는 39.3% 급감했다.
또 응급실 운영을 일부 중단한 이대목동병원, 강원대병원은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점을 감안해 연휴 기간 24시간 진료 체제로 돌아갔다.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던 세종충남대병원도 16∼18일에는 24시간 응급실 문을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 등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추석 연휴 중의 대처는 어디까지나 비상시 일이며 응급의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날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도 기자들과 만나 “대형병원 응급실은 여전히 현장 의료진의 번아웃(소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군의관 파견,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대체인력 지원 강화 등을 통해 피로도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직 레지던트 8900명 중 2900명은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했고 1000명은 출근 중이니 레지던트의 40%는 의료현장으로 이미 돌아온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선 “개원가로 진출한 것이 응급·필수의료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 충북대병원도 “주 1회 야간 휴진”
의료계에도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추석 때 내원한 경증 환자들에겐 본인부담률이 90%까지 높아졌으니 동네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라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환자들의 응급실 이용 방식이 쉽게 바뀔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는 병원도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충북대병원은 다음 달부터 매주 하루는 성인 환자 야간 진료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남은 응급의학 전문의 5명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며 버텼지만 추석까지가 한계였다”며 “매주 수요일이나 금요일 성인 야간 진료를 제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때 응급실을 정상 운영했던 이대목동병원 등도 축소 운영을 재개했다.
여기에 응급처치 후 환자를 담당할 배후진료 역량도 계속 축소되고 있다. 19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제주 한마음병원에 전날(18일) 내원한 60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의심 환자가 제주대병원 등에서 수용을 거부당한 후 소방헬기로 광주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당시 제주대병원은 내과계 중환자실이 병상 20개에서 12개로 축소돼 수용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추석 이후 응급의료 위기를 넘겼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까 걱정스럽다”며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연말로 갈수록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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