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사태 7개월째 해법 못찾아
레지던트 30%, 동네병원 등 옮겨가
돌파구 기대 여야의정 협의체도 공전
피로누적 교수 이탈 조짐에 환자 불안
올 2월 20일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떠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료 공백 사태는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됐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까지 공전을 거듭하며 연내 사태 해결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사직 전공의들은 개원가로 떠나고, 대형병원들은 간호사 채용으로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필수·지방의료 공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환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만찬을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정부의 태도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는 23일 기자회견에서 “밥만 먹고 사진만 찍지 말라. 해결책 마련에 실패할 경우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부가 빠진 ‘여야의 협의체’를 제안한 걸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화를 나누게 해야지 협의체를 정쟁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내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마무리되고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졌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마저 지지부진하자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사직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개원가 등으로 떠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일 기준으로 레지던트 1만463명 중 3114명(29.8%)은 동네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에 새로 취업했다. 대형병원에서도 ‘연내 전공의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신규 간호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피로도가 누적된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면서 필수·지방 의료 공백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필수·지방 의료의 붕괴가 전공의 및 의대생 이탈로 가속화됐고 이제 교수진마저 병원을 떠나면서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공의 동네병원 등 취업 한달새 3배… 대형병원 “간호사 확대”
[전공의 이탈 7개월, 해법없는 갈등] 병원 “전공의 빈자리 채워야 진료”… 대기 간호사 발령 내고 신규 모집 필수-지방 의료붕괴 갈수록 심각… 환자들 “희망 없다” 커지는 한숨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의료도구가 담긴 카트를 밀며 이동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수술은 의료 공백 이전 대비 30%가량 줄었고 외래진료도 15∼20% 줄어든 상태입니다. 이 정도라도 유지하려면 간호사 추가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입니다.”
5대 대형병원 중 한 곳인 삼성서울병원은 이달 20일 내년도 신입 간호사 모집 공고를 냈다. 이 병원은 올 7월 하반기 수련을 받을 전공의 521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20명에 불과했다. 그러자 진료 역량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 발령 대기 중이던 간호사 300여 명에게 발령을 내고 내년에도 간호사 신규 채용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이 7개월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까지 공전하면서 의료계에선 ‘연내 사태 해결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전공의와 수련병원 등이 각자 살길을 찾는 상황에서 필수·지방 의료 공백은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올 2월 20일 병원을 떠난 전공의 상당수는 수련병원 복귀 대신 개원가 등에 취업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한 전공의는 지난달 19일 1144명에서 이달 19일 3114명으로 한 달 만에 2.7배가 됐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사직 전공의는 “정부는 자꾸 수련비용 지원 등 돈 문제로 의료 공백을 해결하려 하는데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와 의사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주변 전공의 상당수가 아예 수련을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공의가 상당 기간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대형병원들은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우겠다며 앞다퉈 간호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진료지원(PA)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간호법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병원은 20일부터 내년도 신입 간호사 150명 모집 절차를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도 신규 간호사 채용을 결정하고 규모 일정 등을 조율 중이다. 채용 결정 후에도 발령이 안 나 ‘웨이팅게일’로 불리던 대기 간호사들도 근무를 속속 시작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선 혼선도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에선 신규 간호사를 PA 간호사로 활용하려다가 노조에서 반대해 일부가 일반 병동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PA 간호사 발령을 받고 부담을 이기지 못해 그만둔 사례도 있다”며 “조속히 시행령으로 세부 업무 범위 등을 결정해야 혼선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박용언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간호법은) 전공의 자리를 간호사들에게 다 내주는 법”이라며 간호사들을 향해 ‘건방진 것들’이라고 비난하는 등 의사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의료 공백 장기화로 필수·지방 의료는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14∼18일) 기간 전국 응급실에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진료 제한 메시지를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올린 사례는 645건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해 68% 늘었다. 또 같은 의원실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국내 시군구 중 28.8%인 66곳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었다.
필수·지방 의료 붕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들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지금은 환자 스스로 ‘아프지 말자’며 각자도생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정치권도, 정부도 대책을 내놓지 않는 걸 보고 희망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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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05:27:25
응급의료.필수의료는 외면하고 너도나도 미용.성형 등 돈 되는 분야로만 달려간 의사들의 행태가 모든 사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다. ㅡ 정부는 저 공고한 이익집단의 카르텔을 혁파하는 시대적 사명을 다해야한다!
2024-09-24 05:22:36
우리 나라의 생산직이나 근로직에는 외국 근로자들이 많이 고용되어있다. 의료계에도 외국인 의사들을 많이 고용하라. 하나님께서 지어서 이 땅에 내어보내주신 고귀한 인명을 이렇게 이권을 위한 도구로 써먹는 것은 천륜에 어긋나는 짓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염려하는 판에 이토록 인명을 가볍게 취급하며 장난질 할 형편이 못된다. 이제는 인내의 문제가 아니라 못된 짓하는 의사들 뿐만 아니라 정치목적으로 장난질 하는 정치꾼(암+수) 놈들에게만 감염되는 치사율이 지극히 높은 질병이 확산되기를 염원한다.
2024-09-24 07:44:39
PA 간호사 중에 우수한 인력을 일정기간 의전원에서 재교육하여 의사로 채용하면, 의대 출신만이 독점하는 체제를 무너뜨리고 경쟁체제가 된다.
간호사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진료 해도 되고 의사는 바로 진료하면 큰일나나 봅니다. 어차피 연봉도 PA간호사가 더 높던데 의대 증원 필요 없겠네요. 이제 전공의 없어 전문의 배출도 안 되고 본과 학생 실습도 간호사가 가르치고요. 참 선진 의료입니다? 해외에는 PA간호사 그냥 하는거 아닌데요? 대학원도 가고 실재 실습이나 근무시간 조건도 있고.
2024-09-24 22:46:24
대형병원이 저사태라 전문 병원이나 준종합 1.2차로 중증 환자 몰려 간호사들은 때아닌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총체적 난국이다.이사태로 라면 이 시국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다.그냥 의대 정원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1.2.3차 모든 병원에서 이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것 같다!!
2024-09-24 20:20:16
나쁜 북독재자같은 독단독선 왕독재방식, 어리석은 반역행패 윤썩은넘의 직무태만. 의료국정에 문제발생,관계자와 협상필수를 7개월방치,독재상태. 국민죽는 의료대란 만든 우둔한 반역행패 윤썩은넘 탄핵,파면,처벌필수. 누가 나라를 살리는가? 김재규?
2024-09-24 13:00:05
정말 정책 추진이 너무 거칠다. 국민들 못 살게 머하는 거냐? 난 안 믿지만, 반정부 쪽에서 이번 건도 김건희가 사주했다고 퍼뜨린다더라. 도대체 언제까지 고집 부리고 이 짓거리 할 거냐? 난 의사와 아무 상관 없다. 하지만 친구가 개업의라서 본 건 있다. 시장 거리 가봐라~ 무전공 의원이 7개가 경쟁 중이고, 의사 월급이 많긴 하지만, 실버타운 의사 월급은 10년 전 월급에서 1원도 오르지 않았다. 거기다가 1만명씩 쏟아 넣겠다면 개업의들이 살아남겠냐? 누가 2천명, 8천명 증원 추산한 거냐? 원, 국민만 죽어나는데 답답한 인생들!
2024-09-24 12:49:46
의료개혁한다는 복지부는 오히려 의료붕괴를 가속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알고 정말 제대로 된 의료개혁이 되도록 대통령이나 여야정치인들이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한다.
2024-09-24 11:58:21
이환난을 즐기고있는 기회주의자 이죄명이는 지도자 자격이없는인간임
2024-09-24 11:52:03
나 또한 지금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지만 혼자남은 교수님이 어떻게 많은 수술들을 집도해 가겠습니까 분명 전공의들을 짓밟는거나 마찬가지인 윤석열대통령의 아집이 깊은 병으로 시들어가는 환자들을 앞으로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해서 들어올수있는 수많은 환자들,그리고 대통령 에 의해 바쁜 의사단체로 전공의단체로 몰린 이들 우리모두의 국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50년후 우리 한국의 인구감소는 세계에서 드물게 감소세가 30%나 된다고 하면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환자 폭등으로 인한 필수의료인 증원또한 차분하게 대화를 조성해야 할것이다
의료개혁한다고 의사협회니 전공의 단체 와도 아무런조율없이 일부몇몇의견이 전체 의료계의 의사인양 의료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그런 정부의 독주에 의사단체도 전공의 단체도 강력반발에 아무런 대책도 내 놓지 못하더니 전공의들의 집단반발마저 기득권 지키기로 폄훼를 하거나 환자를 내 팽기친 나쁜 의료계로 내몰기나 하고 결국은 모든것이 의료계를 낭떠러지로 몰아 놓으면서 대화자체를 거부하도록 유도한 것이 윤석열정부의 독선이자 대통령의 자존감을 세우기 위한 몰염치한 행위임에도 그런 대통령밑에서 아부나하는 정부의 장관들과 여당의 당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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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05:27:25
응급의료.필수의료는 외면하고 너도나도 미용.성형 등 돈 되는 분야로만 달려간 의사들의 행태가 모든 사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다. ㅡ 정부는 저 공고한 이익집단의 카르텔을 혁파하는 시대적 사명을 다해야한다!
2024-09-24 05:22:36
우리 나라의 생산직이나 근로직에는 외국 근로자들이 많이 고용되어있다. 의료계에도 외국인 의사들을 많이 고용하라. 하나님께서 지어서 이 땅에 내어보내주신 고귀한 인명을 이렇게 이권을 위한 도구로 써먹는 것은 천륜에 어긋나는 짓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염려하는 판에 이토록 인명을 가볍게 취급하며 장난질 할 형편이 못된다. 이제는 인내의 문제가 아니라 못된 짓하는 의사들 뿐만 아니라 정치목적으로 장난질 하는 정치꾼(암+수) 놈들에게만 감염되는 치사율이 지극히 높은 질병이 확산되기를 염원한다.
2024-09-24 07:44:39
PA 간호사 중에 우수한 인력을 일정기간 의전원에서 재교육하여 의사로 채용하면, 의대 출신만이 독점하는 체제를 무너뜨리고 경쟁체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