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10곳 중 4곳 의사 부족해 진료 공백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5일 15시 13분


동아DB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이 의사 부족과 재정난으로 일부 진료과를 폐쇄하는 등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소외지역에 필수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방의료원 40% “의사 정원 미달”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방의료원 35곳 중 14곳(40%)은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충남에 있는 천안의료원은 36명 정원에 30명, 서산의료원은 42명 정원에 36명이 근무 중이다. 경기 성남시의료원의 경우 정원은 99명인데 절반에 가까운 45명(45.5%)이 공석이었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채용도 쉽지 않아 간호사가 정원에 못 미친 곳이 24곳(68.6%)에 달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해 진료과 문을 닫는 경우도 흔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지방의료원 20곳(57.1%)에서 32개 진료과가 의사를 못 구해 휴진 중이다. 속초의료원은 이비인후과와 신경과 등 5개 진료과가 휴진 중이고, 울진의료원은 비뇨의학과와 신경과 등 5개 진료과가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 중순까지 응급실을 부분 운영했다. 삼척의료원은 2022년 2월 아예 호흡기내과를 폐지했다. 2020년부터 올 6월까지 의사 수 부족으로 일부 과목을 장기휴진한 적 있는 지방의료원은 26곳(74.3%)에 달한다. 같은 기간 휴진한 진료과가 3개 이상인 지방의료원도 9곳(25.7%)에 달했다.

● 환자 감소가 경영 악화로 이어져

현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면서 지방의료원 기능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주민 이용이 줄었는데 이후에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지방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은 2019년 80.5%에서 지난해엔 6월 46.4%로 떨어졌다. 환자 감소는 경영 악화로 이어져 지방의료원 35곳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3156억 원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인구 감소, 지방의료원의 경쟁력 부족도 이용률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환자들에게 외면받다보니 7개월 넘게 이어지는 의료공백 사태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약 400억 원을 편성해 공공병원 운영시간을 연장했지만 이용자는 병원당 하루 평균 5.5명(2월 23일~7월 7일)에 그쳤다.

의료계에선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우수한 의사를 데려오고, 이를 통해 주민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주대의료원장을 지낸 뒤 전북 군산의료원에 부임한 소의영 진료과장은 “지방에선 민간 병원이나 동네 병의원이 못하는 필수의료를 공공의료원이 담당해야 한다. 우수한 인력을 끌어올 수 있도록 더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방의료원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며 “심뇌혈관 질환, 외상 등 응급서비스와 출산·재활·노인 의료 등 필수의료를 지역에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방의료원 병상 규모를 키우고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의사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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