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 후 건설 필요성 제기… 수중 기둥 세워 방파제 설치 계획
전문가, 하부 구조 취약성 우려
“시공 후 검증 어렵고 붕괴 위험 ”
부산시는 기존 설계안 고수 입장
부산 마린시티에 수중방파제(이안제) 건설이 추진 중인 가운데 설계 공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해운대구 마린시티 앞바다에 테트라포드(콘크리트 블록)를 쌓는 방식으로 이안제를 조성할 계획이다. 길이 500m, 높이 14m 규모로 국·시비 등 총 696억 원이 투입되며 다음 달 착공, 2027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공사는 부산시 건설본부가 총괄하고 설계 등 사전 절차는 시 해운항만과가 진행했다.
이 사업은 태풍 ‘차바’가 불어닥친 2016년 마린시티 일대 도로가 범람한 바닷물에 잠겨 주변 상가 등이 큰 피해를 입은 뒤 본격 추진됐다. 해운대구는 이 일대를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로 지정한 뒤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올 6월 정비사업 실시계획을 수립·공고했다. 태풍 등으로 인한 월파(넘어오는 파도) 피해를 막기 위해 육지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 테트라포드를 쌓은 대형 인공벽을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일부 토목 전문가들은 테트라포드를 받치는 하부 구조물에 우려를 나타낸다. 시는 이른바 ‘말뚝식 공법’으로 불리는 심층혼합처리방식(DCM)을 계획 중이다. 바닷속 토양에다 평균 약 4m 간격으로 1007개의 기둥을 박은 뒤 그 사이에 시멘트와 물을 혼합한 물질을 주입해 단단한 하부 구조물을 만들어 테트라포드를 쌓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목 전문가들은 테트라포드의 무게를 더 강하게 지탱하고 파도 등 외부 압력을 이겨 낼 공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승호 토목시공기술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DCM, 즉 수중 콘크리트 공법의 가장 큰 단점은 시공 후 목표한 품질이 제대로 구현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파도와 조류로 테트라포드의 무게를 지속적으로 견디며 형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특히 하부 구조물의 가장자리가 취약해 다른 완충 장치가 없으면 테트라포드 이탈과 침하로 구조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서 기술사는 튀르키예 차나칼레대교 등 22년간 굵직한 교량 건설 사업에 참여한 현장 전문가다.
토목설계기업 동일기술공사의 강철중 전무(토목공학 박사)도 “기둥 사이 간격이 넓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연약 지반에서 테트라포드 침하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며 “상부 테트라포드 구조물과 하부 말뚝 구조물 사이에 바닥재 시공을 추가해 상부에서 발생하는 압력과 파도 및 조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압력이 하부에 균일하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닥재 시공 방식은 현 말뚝구조물 방식을 그대로 두면서 구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고 그 외에 격자식, 블록식 공법 등의 시공 방안이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테트라포드가 침하돼 이탈하기 시작하면 그 위에 추가로 테트라포드를 계속 쌓을 수밖에 없어 예산을 낭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시는 일단 원래 설계안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사전설계검토 심의를 시작으로 토양 조사 등 절차를 거쳤고 설계 전문업체가 용역을 진행했다”며 “테트라포드의 침하 및 이탈 우려는 없다고 판단해 원안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격자식, 블록식 공법이 안전성을 강화하는 면이 있다고 하지만 한정된 예산 등 경제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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