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스토리]초고도비만 자궁내막암 환자, 로봇 활용해 수술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6일 03시 00분


자궁 내막세포 비정상적으로 증식… 호르몬 불균형-비만 등 위험 요인
기저질환있고 수술 후 합병증 우려
개복 대신 로봇수술로 절개 최소화
비만 환자 위한 최신 장비 큰 도움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선기은 교수(오른쪽)가 자궁내막암 수술을 받은 김희영(가명) 씨의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김희영(가명·33) 씨는 올해 1월 질 출혈이 일어나 인근 종합병원을 찾았고, 자궁내막암을 진단받았다. 종합병원은 김 씨와 보호자에게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씨는 몸무게는 135㎏에 달하고 체질량지수(BMI)도 55를 넘는 ‘초고도비만’ 상태였다. 여기에 고혈압, 당뇨 등 질환도 있어 수술 후 합병증은 물론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의료진 의견도 나왔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김 씨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기 위해 스스로 퇴원했다.

이후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인하대병원을 찾은 김 씨는 산부인과 선기은 교수를 만났다. 선 교수는 김 씨의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수술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 씨가 여러 질환을 앓고 있어 수술 위험도가 높고 수면무호흡증까지 있어 마취 과정에서 심각한 위험이 예상되지만, 암이 진행되면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도 낮아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궁내막암은 조기에 발견해 제거하지 않으면 암이 자궁을 넘어서 주변 조직으로 전이될 수 있다. 또 림프절, 폐, 간 등으로 퍼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씨의 수술에는 자궁절제술뿐 아니라, 출혈과 합병증의 위험을 줄여주는 골반감시림프절 절제술을 포함했다.

선 교수는 김 씨의 기저 질환에 따른 출혈과 회복 등을 고려해 개복 수술이 아닌 절개를 최소화하는 다빈치 Xi를 활용한 로봇 수술을 선택했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보통 수술은 마취까지 합쳐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김 씨의 경우 마취에만 3시간 이상 소요됐고 전체 수술에는 6시간 30분이 걸렸다.

다행히 수술 중 출혈량은 매우 적었다. 일부 합병증이 발생했지만 신속하게 대처해 빠르게 회복했다. 김 씨는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암 초기로 판명됐지만, 추가적인 항암 치료는 필요하지 않았고 정기적인 외래 추적 관찰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한 상태다.

선 교수에 따르면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막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발생하는 암으로 비만은 자궁내막암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자궁내막암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호르몬 불균형이나 비만, 만성질환 등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가장 흔한 자궁내막암의 증상이다.

김 씨의 이번 수술은 국내에서 BMI가 50이 넘는 초고도비만 환자에게 자궁내막암 로봇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보기 드문 사례다. 만약 김 씨가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암이 더 진행돼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초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치료는 더욱 어렵다. 초고도비만 환자는 고혈압, 당뇨, 수면무호흡증 등 기저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 중이나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다. 또 마취 중 기도 관리가 어려울 수 있어 경험이 많은 마취과 의사와의 협력이 필수다. 최신 로봇 수술 장비와 수술 기구도 확보해야 한다.

김 씨의 경우 수술 시 사용하는 기구도 외국에서 사용되는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기구들을 이용했다. 이러한 최신 장비는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에서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초고도비만 환자는 일반 환자와 다른 신체적, 생리적 특성이 있어 맞춤형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숙련된 전문의에게 진료받아야만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최적의 수술 방법과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선 교수는 “초고도비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수술은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것 이상으로 신중하고 정밀한 수술이 필요하다”며 “이번 수술은 보기 드문 사례이고 매우 중요한 성과인 만큼, 앞으로 비슷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고도비만#자궁내막암#인하대병원#선기은 교수#다빈치 Xi#로봇 수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