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활용 교육 현장
수학-영어-정보 과목 우선 도입
개인 특성-수준 진단해 맞춤 교육… 틀린 문제와 유사한 연습문제 제공
교육부, 도입 대비 교원 연수 진행… 학생 대상 기기 사용교육도 지속
“얘들아, 명제가 참일 때는 명제의 뭐도 참이라고 했지?” “대우요.”
10일 경기 평택시 효명고등학교 1학년 3반. 오전 11시 50분 4교시 수학 시간이 되자 이현준 교사가 전자 펜을 들고 큰 화면에 명제 증명을 시작했다. 예전 교실에 있던 칠판이나 화이트보드가 화면으로 바뀐 것이다.
이 교사가 숫자를 써내려가자 학생들 앞에 있던 태블릿PC 화면에도 교사의 필기가 동시에 입력됐다. 교실 뒤편에서 칠판을 보기 위해 고개를 내밀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어 태블릿PC 화면이 다시 깨끗해지자 학생들이 각자 식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교사가 교사용 화면에 학생들 이름이 적힌 화면 수십 개를 띄웠다. 한 학생의 화면을 누르자 화면이 확대되며 해당 학생의 풀이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됐다.
● “모니터링 통해 일대일 코칭”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는 효명고의 수학 시간 모습은 내년 상반기(1∼6월) 전국 초중고교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내년 초 3, 4학년과 중 1학년 및 고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가 우선 도입되기 때문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이후 2028년까지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가정 등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역량 강화 사업의 일환이다. 학생들이 정해진 답을 찾는 수업에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속도와 역량에 맞는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 AI 교과서는 학생 맞춤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되지 않도록 돕는다. 영어 AI 교과서는 AI의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말하기 연습을 지원한다.
실제로 수학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이 푼 문제를 채점한 후 틀렸을 경우 이와 유사한 연습 문제를 내기도 했다. AI 기반 프로그램 코스웨어가 학습자의 특성과 성취 수준을 진단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교사가 직접 학생들에게 맞는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골라 실시간으로 제공하거나, 누적된 학습 결과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하햇살 군(16)은 “지난번에 틀린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선생님이 화면에서 모니터링하다 발견하고 따로 오셔서 짚어주셨다”며 “수학뿐 아니라 과학도 어려운 개념을 실험 영상으로 보니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 AI 교과서 성공은 교사-인프라 달려
AI 디지털교과서가 정착되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교사들의 역량을 기르고 필요한 학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부는 내년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수학, 영어, 정보 교사들을 중심으로 민관과 협업해 시도교육청 주관 집중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만 초중고 교사 15만 명을 대상으로 교원 연수를 진행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AI 디지털교과서가 3년에 걸쳐 도입되는 것을 고려해 올해까지 대상 교원의 40%, 내년까지 70%, 2026년까지 100% 연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디지털 역량 격차를 고려해 학교마다 다른 교사의 AI 디지털교과서 적응을 돕는 선도교사도 선정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 디지털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구글 인증 교육자 과정을 밟았던 이 교사 역시 지난해 ‘교실혁명 선도교사’로 선정돼 활동 중이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모든 학생들에게 2026년까지 1인 1디바이스를 보급할 계획이다.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내년 3월 전까지 학교별 디바이스 보급 현황을 확인하고 이미 보급된 디바이스의 기능이나 사양이 AI 디지털교과서 구동에 이상이 없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시도교육청에선 ‘거점 기술지원기관(테크센터)’을 시범 운영하며 관내 학교 기기와 네트워크 품질을 점검하고 장애 발생 시 지원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AI 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윤지 양(16)은 “디지털 기기는 집중도가 떨어질 때가 있다”며 “딴짓을 못하게 막아 둔다고는 하지만 이를 뚫는 친구들이 있고 다른 창을 켜면 빨간 불이 뜨는데 선생님이 놓치실 때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해 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앱)을 차단하는 등 안전한 사용 환경을 구축하고 학생의 디지털 기기 사용 관련 교육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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