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고교 3학년인 이모 군은 최근 의대 입시 모의면접에서 ‘외국인 눈에는 혐오스러울 수 있는 세계의 전통음식’이라는 제목의 사진 4장을 받았다. 사진에는 말레이시아의 애벌레 요리와 노르웨이의 양 머리 요리 등이 담겼다.
면접관들은 이 군에게 “세계의 혐오 음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의학적 관점에서 말해 달라” “이런 음식을 통한 잠재적 질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공중 보건 전략이 필요한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 군이 받은 제시문은 실제로 지난해 대구가톨릭대 의대 수시모집 면접에서 나왔던 것이다.
구미시와 대구가톨릭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늘어난 상황에서 최근 지역 학생들의 의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다중미니면접(MMI) 준비반’을 개설했다.
다중미니면접은 지원자가 2∼6개 면접실을 돌며 다양한 상황을 제시받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 의대 면접에서 많이 활용되는데 의사에게 필요한 인성과 도덕성, 분석력, 순발력, 공감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학마다 출제 유형이 다르고 현재 다니는 학교에선 의대 지원자가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하기 쉽지 않다. 의대 면접을 위해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미시 진학진로지원센터와 대구가톨릭대가 마련한 ‘다중미니면접 준비반’에는 면접관으로 대구가톨릭대 등 대학 교수와 대구 지역 고교 교장 및 교사 등이 참여했다. 또 구미 지역 고교 1∼3학년 의대 지망 수험생 40여 명이 참여해 의대 면접을 준비했다. 채문기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중소도시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학생들에게 수도권과 대구 지역 의대 최근 3년 기출문제를 소개하며 충실히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발성과 효과적으로 답변하는 방법 등을 먼저 배운 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주말을 활용해 나흘 동안 여러 면접실을 돌며 모의면접을 경험했다. 이 군은 “다른 학생들과 함께 모의 면접을 준비하며 제 생각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따로 준비해 본 적 없었던 부분이라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주최 측이 참가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94% 이상이 나왔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대입 변화에 발맞춰 지역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계속 발굴하며 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총장도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고교가 함께 미래 인재를 길러내야 지방자치시대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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