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국가교육계획’ 토론회서
원론적 방향 12개 제시 그쳐
내부선 보수-진보 주도권 싸움 심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원화, 수능 논·서술형 도입, 9월 학기제 도입 등이 포함된 입시 개편안 보고를 받고도 중장기 교육계획 토론회에서 해당 내용을 전혀 공개·논의하지 않아 ‘맹탕 토론회’라는 비판이 나왔다.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국교위 내부에서 진보-보수 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며 확정되지 않은 민감한 논의 내용이 계속 유출되고 있는 만큼 교육계에선 이배용 위원장이 나서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교위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 2주년 성과보고 및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주요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당초 국교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내년 3월 발표할 2026∼2035년 국가교육발전계획 방향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공교육 시스템 대전환’ ‘고등교육 체제 전면적 재구조화’ 등 원론적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교육발전계획 방향 12개를 내놓는 것에 그쳤다.
“중장기 교육 방향을 논의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2022년 9월 출범한 국교위는 내년 3월 처음으로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내놓는다. 2년 동안 논의를 진행했음에도 원론적 방향성만 제시한 것을 두고 교육계에선 “논란을 피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이달 6일 국교위 제34차 회의에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로부터 중간보고를 받았는데 여기에는 수능을 이원화하고 논·서술형을 도입하는 방안이 담겼다.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하되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이 문제를 출제하고 학교의 수행평가와 합산하는 방안, 9월 학기제를 대학부터 도입하고 대학 등록금을 자율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교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국교위는 다양한 주체와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야 하는데 이 위원장이 시끄러운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좋은교사운동도 토론회 후 성명서를 내고 “좋은 말 대잔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교위 내부 진영 간 주도권 다툼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는 보수 성향 13명, 진보 성향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중간보고 내용은 보수 진영이 주도했는데 진보 성향 위원들은 10일 국회에서 “밀실에서 다수파의 전횡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전문위 참여 중단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