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역인데 아들만 못 돌아와” 채상병 모친 눈물의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6일 11시 57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故채상병 1주기 추모 시민 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4.7.19. 뉴스1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마련된 ‘故채상병 1주기 추모 시민 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4.7.19. 뉴스1
지난해 수해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의 동기들이 26일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는 가운데 채 상병 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전했다.

채 상병 어머니 A 씨는 전날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홈페이지에 ‘그립고 보고 싶은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올렸다. A 씨는 “26일이면 전역인데 1292기수 1012명 중 아들만 엄마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가슴이 아리고 목이 멘다. 다른 동기들이 다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도 우린 누릴 수 없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A 씨는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다. 책임자를 밝혀달라고 냈던 이의신청도 감감무소식이라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왜 구명조끼를 미착용한 상태로 투입 지시를 했는지, 육군은 철수했는데 왜 해병대는 강행해 아들이 돌아올 수 없게 됐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며 “화가 치밀어 오른다.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도 했다.

끝으로 A 씨는 “살아야 할 이유도, 희망도 없이 의욕 부진인 채로 지내고 있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있는 분들처럼 엄마도 힘내 보겠다”며 “힘없고 내세울 것 없는 엄마지만 아들 희생의 진실이 밝혀지길 꼭 지켜봐 주고 응원해 달라. 그것만이 엄마가 살아갈 수 있고, 그나마 살아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고(故)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 사건을 11개월간 수사한 경찰은 수중수색을 사실상 지시하거나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무혐의 처분하고 중간 관리자 6명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치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 정국이 수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4번째 발의된 채 상병 특검법은 이달 1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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