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간호사 확대 등 구조개혁안 제출
중증수술 800여 개 수가 올리기로
의료계 “전문의 배출 차질땐 공염불”
정부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인상으로 매년 2조3000억 원, 인센티브(성과 보상)로 매년 1조 원 등 연간 3조3000억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환자’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비율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고 진료지원(PA) 간호사는 늘릴 방침이다.
26일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보고받았다. 이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중증환자 비율을 2027년까지 70%로 높이거나 현재 대비 50% 이상 높이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은 평균 50%가량이다. 전공의 비율은 현재의 절반 수준인 20% 이하로 낮추게 했다. PA 간호사는 시범사업 참여 기관이 자체 목표를 세워 확대하게 된다.
시범사업에 참여할 경우 일반 병상과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진료를 줄이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수가 인상과 인센티브로 메워 줄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상 축소로 연 3조3000억 원가량의 건보 재정을 아낄 수 있게 되는 만큼 이를 입원·수술 수가 가산 등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중증수술 800여 개의 수가를 인상하고, 4인실 이하 병실에 입원 수가를 가산해 주기로 했다.
의료계에선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위주로 개편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시범사업이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수년 동안 계속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생기는데 어떻게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개혁과 동시에 비필수과 쏠림 현상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의료 개혁의 목적인 필수·지방 의료 살리기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상급종합병원을 나온 전공의들이 대거 피부과 등으로만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일반의가 새로 개설한 의원 129곳 중 104곳(80.6%)은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은 여러 진료과목을 신고할 수 있는데 소아청소년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의원은 22곳(17.1%)에 그쳤으며 산부인과는 6곳(4.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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