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임명 둘러싼 무효 집행정지
광복회 측 “중대한 절차적 하자 있다” 주장
정부 측 “광복회는 ‘단체’…원고적격 없어”
법원, 광복회는 ‘각하’, 후보 2명은 ‘기각’
광복회와 독립운동가 후손 2명이 ‘뉴라이트 성향 논란’을 둘러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무효로 해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27일 광복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임명결정 무효확인 소송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또, 독립운동가 후손 2명이 낸 같은 취지의 신청에 대해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집행정지는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이고, 각하는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심리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광복회 측의 신청에 대해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단체이기 때문에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또, 후손 2명이 낸 신청에 대해선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위 신청인 등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는 지난달 7일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임명했다. 하지만 광복회는 그의 편향된 역사관 등을 문제 삼으며 크게 반발했다.
광복회는 김 관장을 과거 친일 과거사 청산 부정과 1948년 건국절 등을 주장한 일명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했다. 김 관장은 지난해 12월 한 행사에서 “대한민국이 1945년 8월15일 광복됐다며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달 10일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에서 “독립기념관장을 포함한 국책기관의 일련의 인사 사태는 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모두 정당화, 합법화 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광복회와 독립기념관장 후보에서 탈락한 독립운동가 후손 2명 등은 국가보훈부를 상대로 독립기념관장 임명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윤 대통령을 상대로 임명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중단해달라며 이번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지난 3일 진행된 심문에서 광복회 측 소송대리인은 “광복회란 단체가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의 단체이고, 독립기념관 임원들을 선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권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서 “광복회장을 속여 독립기념관장 후보자 심사 과정에서 배제한 행위는 대단히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광복회는 단체이기 때문에 원고적격이 없고, 나머지 신청인 독립운동가 후손 2명은 3배수 추천 후보자에 포함되지 않았었다”며 “김 관장에 대한 임명이 취소된다 해도 신청인들이 다시 후보자로 들어갈 가능성이나 개연성이 없어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없다”고 반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