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만취 상태로 범행한 피의자는 인근 술집에 들러 다시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이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피의자의 신상 정보와 함께 그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점 등이 유포되며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30일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 ‘묻지마 범행’으로 여고생 목숨 앗아간 뒤 또 음주
전남 순천경찰서는 29일 살인혐의로 박모 씨(30)를 구속하고 범행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다. 박 씨는 26일 오전 0시 44분경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주차장 앞 인도에서 A 양(18)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씨는 범행 전에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안주를 배달시켜 혼자 소주 4병을 마셨다. 이후 음식점에서 나와 길거리를 배회하다 A 양을 보고 빠르게 쫓아가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A 양이 주저앉아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박 씨는 30초 동안 범행을 이어갔다. 그는 비명소리를 듣고 시민이 다가오자 주차장을 가로질러 도주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A 양은 6시간 만에 숨졌다. 경찰관을 꿈꾸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A 양은 친구를 배웅한 뒤 귀가하던 길이었다.
범행 직후 흉기를 버리고 거리를 배회하던 박 씨는 인근 호프집에 들어가 맥주를 마셨다. 맨발로 가게에 들어온 그는 호프집 사장에게 “결혼할 여자친구와 크게 싸웠다. 화가 나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맥주를 반 병가량 마신 뒤 ‘외상’이라며 술값도 지불하지 않고 호프집을 빠져나왔다. 목격자 증언과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추적에 나선 경찰은 사건 발생 2시간여 만에 길거리에서 다른 행인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박 씨를 긴급 체포했다.
● “살인마가 하는 찜닭집”…피의자 신상 정보 확산
타 지역 출신인 박 씨는 석 달 전에 순천시 조례동에 찜닭집을 개업했다. 한 달 동안 음식점을 운영했지만 영업난으로 두 달 전부터 문을 닫고 있었다. 그는 휴업한 상황에서 매일 혼자 가게에서 술을 마시며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소주를 4병 마셔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각종 증거가 있으니 범행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씨가 가게 영업이 되지 않은 데다 여자친구와 크게 다툰 상황에서 홧김에 살인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폭력전과 있는 박 씨는 온몸에 문신을 할 정도로 자기 과시욕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박 씨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30일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밝혀내 엄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씨의 신상정보가 확산되면서 그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점 리뷰에는 ‘별점 테러’가 쏟아졌다. 리뷰 게시판에는 “여기가 살인자가 하는 찜닭 집 맞나”, “살인마가 하는 찜닭집” “절대 가지말아야 할 식당으로 소문 다 났다” 등의 비난 글이 쇄도했다. 시민들은 박 씨의 SNS에도 비난을 퍼붓고 경찰에 박 씨에 대한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현재 폴리스라인이 쳐진 이 식당에 계란 등을 투척하기도 했다.
순천시는 숨진 A 양을 추모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조례동 사건 현장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 시민들은 사건 현장에 국화꽃 등을 놓고 추모 글을 남기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천막이 설치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국화꽃과 분향대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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