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20대 연인 음주 뺑소니 사망사건을 일으킨 외제차 운전자와 도피를 도운 친구가 구속된 가운데 경찰은 범행에 연관된 이들의 도주 과정과 수상한 행적 등 각종 의혹을 수사하기로 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마세라티 운전자인 김모 씨(32)와 범인도피 혐의로 친구 오모 씨(33)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범인도피 혐의로 후배 김모 씨(31)와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후배 양모 씨(31)를 조사하고 있다.
친구에게 빌린 법인 명의 마세라티 차량을 몰던 김 씨는 24일 오전 3시 10분경 광주 서구 화정동 육교 인근 도로에서 앞서 가던 오토바이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연인 관계인 오토바이 탑승자 여성(28)이 숨지고 운전자인 남성(23)이 중상을 입었다.
김 씨는 사고를 내기 3시간가량 전에 광주 서구 상무지구 횟집에서 후배들이 있던 술자리에 합류했다. 이들은 소주 2병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추가 술자리를 이어가기 위해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내고 달아났다.
김 씨는 뺑소니 이후 후배의 벤츠 차량을 타고 숙소인 광주 서구 상무지구 호텔에 들러 짐을 챙기고 도주했다. 대전, 인천국제공항, 서울로 도피 행각을 이어갔고 태국으로 도주하기 위해 항공권까지 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조력자 오 씨의 휴대전화로 해외 출국을 위한 항공편을 예약하는 등 주도면밀한 도피 행각을 벌였다.
경찰은 김 씨의 주소지가 말소돼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가 광주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로 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김 씨는 태국을 계속 오가며 생활했고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지르기 며칠 전에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뺑소니 사건에 연관된 이들이 운행하던 마세라티, 벤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등 외제차가 대포차인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또 무직인 이들이 각종 범죄행위로 돈을 번 것이 아닌지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들을 투입해 김 씨 등 선후배 4명과 관련해 각종 불거진 의혹을 철저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피해 여성은 부친의 환갑잔치를 보름여 남기고 변을 당했다. 고인은 2년 전부터 물류센터에서 배송 전 물품을 포장하는 일을 하면서 넉넉지 않은 월급에도 매달 부모에게 용돈을 드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빠 생일에 1년이나 뒤늦은 환갑잔치 겸 축하파티를 하자던 효녀였다”며 “음주운전도 모자라 도주까지 한 피의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는 우리 딸이 마지막이길 소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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