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부실대응’ 前용산서장 금고 3년, 구청장 무죄… 유족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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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골목길 사고 예견 가능
정보관 배치 않는 등 대책 미흡”
박희영엔 “통제권 부여 규정 없어”
유족 “납득할 수 없는 면죄부 판결”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지만,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에겐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뉴시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지만,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에겐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뉴시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1심에서 금고 3년이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압사 사고로 총 159명이 숨진 지 약 1년 11개월 만이다.

● 재판부 “경찰, 안전 대책 세웠어야”

3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에 대해 각각 금고 3년형과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 청문회에서의 위증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경찰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공공 안녕과 질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정보 보고, 용산서의 과거 핼러윈 치안 유지, 그리고 이태원 일대 지리적 특성을 종합하면 경사진 좁은 골목길에서 군중이 한 방향으로 쏠릴 위험성이 있음을 예견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의 구체적인 과실에 대해 “피고인은 이태원 일대 다중 운집으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위험 요소를 사전에 검토해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라며 “그럼에도 경비과를 대책 수립에 관여시키지 않았고 인파 밀집 등 정보 수집이 필요했음에도 축제 현장에 단 한 명의 정보관도 배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전 서장이 자신의 이태원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허위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봤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5분경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지만, 경찰 상황보고서는 그의 도착 시간을 오후 10시 17분이라고 기록했다.

이 전 서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참사 사실을 실제보다 더 늦게 인지한 것처럼 밝히는 등 허위 증언한 혐의에 대해서는 “오후 10시 36분경 피고인이 신고가 집단 폭행 사건으로 인한 내용인지 확인하고 112상황실로부터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오후 11시 1분경 이전에 사고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같은 재판에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과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팀장은 각각 금고 2년,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판결은 다음 달 17일 내려질 예정이다.

● 박희영 구청장은 무죄… 유족들 반발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에 대해서는 “자치구 관할 행정기관이 사전에 특정 장소를 통제하거나 밀집한 군중을 해산시키는 권한이 부여된 수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검찰이 주장하는 것은 일반적, 추상적 주의 의무일 뿐, 구체적 주의 의무가 아니다”라며 “설령 미흡한 조치가 있었다고 해도 이 사건 결과와 상당한 인과를 보이지 않고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할 책임도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박 구청장이 대규모 인파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도 적절히 운영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월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 이후 첫 핼러윈 축제였기 때문에 대규모 인파는 예측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구청장 측은 “다중 인파 압사 사고는 전례가 없었고 그런 징후가 포착된 것도 없었다. 사고가 임박해서는 피해자들도 사고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맞섰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분석해서 항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 등이 무죄를 선고받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불인정해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일부 유족들은 무죄 판결 직후 박 구청장의 차량을 둘러싸고 항의했다.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특별 조사위원회 결과를 통해 이들의 잘못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부실대응#전 용산서장#금고 3년#구청장 무죄#유족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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