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7개월 넘게 이어지자 서울대 의대가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제출한 1학기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전국 의대 40곳 중 의대 증원 반대를 이유로 낸 휴학계를 승인한 첫 사례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서울대 의과대학장의 독단적 휴학 승인에 대해 즉각적인 현지 감사 등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대 휴학 승인, 교육부 “제재 검토”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학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고 대학 본부에 통보했다. 서울대는 다른 대부분의 대학들과 달리 대학 총장이 아니라 의대 학장이 의대생 휴학 승인권을 갖고 있다. 서울대 의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상 한 학년에 30주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지금 돌아와도 내년 2월까지 수업을 마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유급을 막으려면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휴학 및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해 온 교육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교육부는 올 2월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자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휴학계를 반려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4월에는 “대학이 동맹휴학을 승인하면 행정적, 재정적 조치를 할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이는 휴학이나 유급을 승인할 경우 내년에 신규 의사 3000여 명이 배출되지 않고 내년에 예과 1학년이 되는 의대생들은 7500여 명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극단적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어렵지만 추후 상황을 보며 (제재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서울대에서 시작된 휴학 움직임이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 의대협회도 “휴학 허용해야” 공식 건의
의대를 둔 대학들은 의대생과 교육부 사이에서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교육부가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으로 꼽은 9월을 넘기면서 휴학이나 유급 이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연세대의 경우에도 이미 의대 내부적으로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휴학 승인 권한이 의대 학장에 위임돼 있는 만큼 승인도 고려했지만 대학 본부에서 반대해 실제 승인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의대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지난달 말 교육부에 ‘의대생 휴학 허용’을 공식 건의한 바 있다.
일부 대학은 휴학 승인을 해 주지 않는 대신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칙을 바꿔 수업을 안 들어도 유급을 면제해주는 고육지책을 내고 있다. 충북대의 경우 대학평의원회가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올해 1학기부터 2025학년도 1학기까지 의대생의 등록, 수강 신청, 학점 인정, 제적 등과 관련해 총장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충북대 의대생은 2025학년도 1학기까지만 등록하면 유급을 피할 수 있다.
다른 대학들도 미등록 제적을 막고 시간을 벌기 위해 2학기 등록기한을 연장하고 있다. 중앙대 의대는 등록기한을 내년 1월까지로 미루기로 했고, 경희대 의대도 등록기한을 12월 말까지 연장했다.
정부는 의대생 복귀 마지노선을 11월로 미룬 상태다. 교육부는 의대 학부 수업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하면 15주 안에 두 학기(30주) 과정을 모두 이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지금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 4시까지 수업이 편성돼 있는데 수업량을 2배로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임상 실습을 두 그룹으로 나누면 밤에 환자를 깨워 진행해야 한다”며 “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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