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포섭당한 한국 인재들]
“한국 동료들 연구 얘기 잘 안해줘”… 월급-정주 여건 등 상대적 열악
한국 정착 포기하고 유턴 사례도… “한국만의 인재유치 프로그램 시급”
정부 차원의 첨단 기술 인재 확보 및 유출 방지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인재들은 현재 한국의 인재 정책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주로 지원 절차 미흡, 비자 문제, 배타적 문화 등이 장벽으로 꼽혔다. 중국의 ‘첸런(千人·천인)계획’ 등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인재 확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3년 12월 인도에서 한국에 건너온 나노의학 분야 연구자 강가라주 게다 중앙대 연구교수(40)는 한국의 배타적인 연구 문화와 소통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동료들은 내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서 그런지 연구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며 “서로 유대감을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 연구 예산을 받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고민 끝에 한국 정착을 포기하고 2026년에 가족이 있는 인도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통계유전학 분야 전문가인 이승근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근무하다 2020년 3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연구 지원을 받기 위한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5월 정부의 해외 우수과학자 유치 사업인 ‘브레인풀(BP)·브레인풀 플러스(BP+)’ 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이 교수는 “모든 단계가 대학 행정실을 거쳐야 할 만큼 절차가 복잡하다”며 “실제 대학이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기와 연구비 등 지원 시기가 엇박자였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최인호 영남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8년간 가르친 인도인 박사후과정생인 아마드 씨를 정규직 교수로 채용하려 했지만 계약이 불발됐다. 최 교수는 “아마드 씨는 영주권을 얻어 정착하고 싶어 했지만 영주권 획득 조건이 까다로웠던 걸로 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높은 월급과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집 등 더 좋은 제안을 하니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리나라 연구비자(E-3)는 한 번 발급받으면 최대 5년까지 체류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1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는 사례가 많다. 고용 계약에 따라 체류 기간이 정해지는데, 대학이나 연구소가 계약을 주로 1년 단위로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연구 실적과 연 수입 등을 평가해 일정 점수를 3년 이상 넘기면 무기한 체류를 허용한다. 대만은 거주 취업 및 재입국 관련 4가지 허가증을 하나로 묶어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재를 유치한다.
최근 정부는 특별비자와 정주 지원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K-테크 패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진달래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외국 인재 친화적인 방식으로 비자 및 국적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유학생을 양성해 정착하게 할 수 있는 ‘과학·기술 우수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제도’를 강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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