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돌려 산 7만원 표, 235만원에 판 암표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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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연법 개정후 7명 첫 검거
대학생-취준생 용돈 벌려고 범행

일명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수 임영웅 콘서트 등 인기 공연 티켓을 산 뒤 웃돈을 얹어 판매한 암표 판매 사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개정 공연법이 올해 3월 시행된 이후 검거된 첫 사례다.

1일 서울경찰청은 암표 판매 사범 7명을 공연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3월 공연법 개정 이후에도 임영웅 콘서트 암표 가격이 500만 원까지 치솟자 수사를 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붙잡힌 범인들은 모두 매크로 등 컴퓨터 프로그램에 익숙한 20, 30대였다. 직업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으로, 생활비나 용돈 마련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매크로는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하나로 묶어 자동 반복 작업을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통상 티켓을 예매하려면 예매 사이트 로그인부터 결제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매크로를 동원하면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매크로를 이용해 1∼2분 내 예매 링크에 바로 접속해 티켓을 여러 장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범행 수익은 5개월간 총 1억3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남성 A 씨는 임영웅 콘서트 표 등 15장을 판매해 13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가 적발됐다. 이 콘서트 티켓은 정가 18만7000원이지만, A 씨는 80만 원이 넘는 가격에 되팔았다. 정가 14만3000원이었던 가수 나훈아의 콘서트 티켓은 50만 원에 거래됐다. 배우 변우석의 팬미팅 표는 정가 7만7000원에서 235만 원으로 부풀려 판매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크로를 이용해 공연 티켓을 매입해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사례가 늘자,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는 공연법 일부 개정 법률을 3월 22일부터 시행했다. 개정된 공연법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입장권 등을 구매한 후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크로 등 암표 매매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처벌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검토하는 등 암표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암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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