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첫 진상규명 진정…“늦은 만큼 제대로 규명해야”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0월 2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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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에 “法 판단 수용 불가”
1호 조사신청서, 송기춘 특조위 위원장이 직접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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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유족 단체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방문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관련 ‘제1호’ 진정을 제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2일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조사로 유가족들이 갖고 있는 많은 의혹들을 해소시킬 수만 있다면 늦어진 시간과 그 시간만큼 아팠던 기억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유가협에 따르면 이번 조사 신청서에는 크게 9개 항목의 진상 규명 과제가 담겼다. ▲희생자 159명이 가족들에게 인계되기까지의 행적 ▲2022년 핼러윈데이 인파 밀집에 대한 예견 및 대책 현황과 문제점 ▲대통령실 이전이 참사 대응 관련 각 기관에 미친 영향 ▲참사 전날 및 당일의 위험신고에 대한 대응 및 전파의 적절성 ▲참사 당일 현장에 배치된 경찰 운용의 문제점 ▲참사 당일 구급활동 및 대응의 문제점 ▲참사 당일 현장에 배치된 각 기관별 인원 및 역할의 적절성 ▲피해자지원 체계 및 내용의 문제점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 혐오 2차 가해 등이다.

이들은 “참사 발생 이후 원인과 과정,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해 두 번의 공적조사가 있었지만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서도 구체적 원인은 규명되지 못했다”면서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충분히 예견된 재난의 위험을 감소시키지 못했는지 등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싶어도 이번 선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박 구청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은 죄를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지만 유가족이 볼 때는 그 근거가 차고도 넘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조위는 또 다른 조사를 통해 유가족들이 참사 발생 2년이 되어가는 동안 아직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윤복남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도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시민들이 희생됐는데도 관할구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주최자 없는 행사라고 해 지방자치단체는 인파관리 대응에 전혀 책임이 없다는 식의 형사판결로는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시민의 안전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유가협 대표단이 접수한 1호 조사신청서는 송기춘 특조위 위원장이 직접 수령했다.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지난달 첫 발을 뗀 특조위는 이날부터 내년 6월까지 참사 관련자를 대상으로 진상규명 조사 신청서를 접수한다.

진상규명 조사 대상자는 희생자 유가족은 물론,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과 직무가 아님에도 긴급구조 및 수습에 참여한 사람, 해당 구역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근로활동을 하고 있던 이들이 포함된다.

유가족들은 이날 1호 진정에서 담기지 않은 의혹들에 대해서도 이후 조사 신청서를 준비해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윤 공동대표는 특조위를 향해 “2년이나 지체된 참사의 진상규명”이라며 “독립적인 조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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