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회의사당과 같이 ‘가 급’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되는 ‘여수광양항만’이 올해 6월 민간인 3명에 의해 보안이 뚫렸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은 출입증 발급 없이 항만에서 1시간 가량 머무르며 내부 보안시설을 촬영했지만, 현재까지도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보안시설에 대한 보안 관리 규정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실이 2일 여수광양항만공사와 여수지방해양수산청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간인 3명은 6월 29일 공사 측 자회사 ‘여수항만관리’ 소속 직원과 전국보안방재노조원 등과 함께 항만을 무단 출입했다.
서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신원 확인 절차 없이 출입해 약 1시간 동안 국가 중요 보안구역인 컨테이너 및 기업임대 부두, 경비 초소 등을 무단 촬영했다. 항만 종합 보안센터에 머무르며 부두 내 주요 시설과 출입구를 4차례 오가기도 했다.
여수광양항만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적에 의해 점령 또는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되는 ‘가 급’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된다. 대법원, 원자력연구소 및 국제공항과 항만 등 보안등급이 가장 높은 곳이 ‘가 급’ 시설에 해당된다.
민간인 무단출입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사건 발생 10일이 7월 10일에야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신원확인 불가와 과태료 부과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소를 각하했다. 이후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은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대해 지난달 3, 4일 특별보안심사를 실시하며 “외부인 3명에 대한 신원특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무단출입 후 95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신원확인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법상 보안 시설 무단출입에 대해서는 신원확인 후 행정기관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과태료는 행정법상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로 형법이 적용되지 않기에 형법상 범죄 행위만 수사할 수 있는 경찰은 과태료 부과를 위한 신원확인을 할 권한이 없다. 신원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 행정기관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간인 1명의 신원은 파악했지만, 2명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를 위한 신원확인 등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경비인력에 대한 특별 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키고 신원확인 절차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이라고 했다.
서 의원은 “여수광양항만은 국가 시설 중 가장 높은 가급 국가보안시설이지만 민간인 무단출입에도 처벌은 과태료 부과에 그치고 있다”며 “국가중요시설의 보안 사고 방지를 위한 보안 체계 재점검과 신속한 신고 및 수사 체계 구축, 위반자 처벌 강화 등 범부처 차원의 국가중요시설 보안 대책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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