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
서울대 휴학 승인 나흘만에 불러… “의대 학장 주장해도 총장이 막아야”
대학들 “언제까지 막을수는 없어”… 서울대 1학년 2학기 수강신청 ‘0’
최근 서울대 의대의 의대생 집단 휴학 승인과 관련해 교육부가 4일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들을 소집해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교육부는 이 자리에서 “추가로 동맹휴학을 승인하는 대학이 나와선 안 된다. 학사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사이에선 “정부에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휴학 유급 불가 방침’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 교육부 “휴학 승인 시 엄정 대처”
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날 의대가 있는 대학 40곳의 총장을 모아 오석환 차관 주재로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휴학 승인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대 의대가 휴학을 승인한 뒤 나흘 만에 총장들을 소집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회의를 마친 후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로 보기 어려우므로 대규모 집단휴학을 승인하지 말아달라고 다시 한 번 요청했다”며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해 정부도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고 (대학들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이 자리에서 “만약 지금 휴학을 승인하면 학생들이 올해 아예 돌아올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연내에만 돌아오면 어떻게든지 수업이 가능하니 학생들을 끝까지 설득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수업할 경우 의대생들이 11월 중순에 복귀해도 내년 2월 말까지 1년 치 수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의대 학장이 휴학 승인을 주장해도 총장이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처럼 학칙상 단과대 학장이 휴학 승인권을 가져도 법적인 최종 권한은 총장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동맹 휴학을 승인할 시 현장 점검 등에 나서겠다”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올 2월 의대생 수업 거부가 현실화되자 이후 여러 차례 “의대생 집단 휴학을 승인할 시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 등을 점검할 것”이라는 취지의 압박성 공문을 보냈다. 또 2일부터는 “최대한 강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서울대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아무 대책 없이 언제까지나 휴학을 막을 순 없다”며 난감한 모습이다. 또 의대 교수들은 교육부가 현실을 제대로 모른다며 “1년 치 수업을 3개월에 몰아서 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등록 제적이나 유급을 막기 위해서라도 휴학 승인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대학 관계자는 “7월에 발표했던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똑같이 되풀이했다.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등에 대비한 방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회의에서 “휴학이 길어지는 의대생들의 어려움에도 귀 기울여 달라”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대 1학년 2학기 수강신청 ‘0명’
의대 학생들은 여전히 대다수가 강의실로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의예과 1학년 재적 학생 142명 중 2학기 수강신청을 한 재학생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예과 2학년 학생들이 듣는 수업 16개 중 14개 과목에서도 수강 신청이 한 명도 없었다. 수업 2개(의학연구의 실제2, 자유주제탐구)에만 2학년 재적 학생 154명 중 각각 2명과 9명이 수강을 신청했다.
대학들은 일단 교육부 압박에 휴학 및 유급 관련 의사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다. 한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국립대라 정부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긴 어려울 것 같다”며 당분간 분위기를 살피겠다고 밝혔다. 다른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일단은 등록기한 및 학기 연장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연장할 순 없다. 서울대 의대 휴학 승인도 현실적으로 남은 기간에 1년 치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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