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주요 재료 배추·무, 전년 대비 가격 급등
시민들 “채솟값에 김장 고민…규모 줄일 계획”
전문가 “먹거리 물가 중요…공급량부터 늘려야”
정부가 중국산 배추까지 수입하는 등 급등하는 배춧값 잡기에 나섰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장 재료인 무 가격까지 뛰면서 시민들은 물가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10월 배추 (상품 기준) 도매가격은 10㎏당 1만5000원 안팎이다. 2만4000원을 넘나들던 지난달보단 낮아진 가격이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38%, 평년과 비교해도 43% 오른 값이다.
배추와 함께 김치 재료로 많이 쓰이는 무 역시 지난해에 비해 값이 훌쩍 올랐다. 이달 도매가격은 20㎏당 1만8000원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60% 넘게 상승한 가격이다.
채솟값이 치솟으며 김장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하지하겠다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를 찾은 70대 윤모씨는 “평생 해오던 김장이니 올해도 하긴 하겠지만 채솟값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할인 중인 채소들만 골라 집어 든 윤씨는 “채솟값이 너무 올라 예년의 절반 규모로 해야 할 것 같다. 원래 20포기씩 (김장을) 했다면, 이 가격엔 10포기밖에 못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영등포구의 전통시장을 찾은 주부 이모씨는 “야채가 너무 비싸 요즘은 잘 먹지도 못한다”며 “시장이 대형마트보다는 좀 더 저렴해 주로 온다”고 했다.
그는 “김장을 넉넉히 해 분가한 딸에게도 나눠주곤 했는데, 지금처럼 채소 가격이 ‘금값’이면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엔 김장을 하지 말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일 배추 수급 및 가격 안정 전망과 관련해 “오는 10일 전후 출하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된다”며 “10월 말에는 소위 김장배추라고 하는 가을배추를 미리 당겨서 출하할 수 있기 때문에 10월 중순 이후 (가격이) 차츰 안정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중국산 배추 수입과 관련해서는 ‘알몸배추’ 파동과 관련이 없는 신선배추만을 수입하며 두 차례 검역을 철저하게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일 식사를 해야 하므로 소비자 입장에선 먹거리 물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먹기리 물가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먹거리 물가는 지난해부터 ‘금사과’ 등으로 이슈가 됐었는데, 올여름이 너무 더워 고랭지에서 자라는 배추 등이 잘 자라지 못해 채소 공급 문제가 두드러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수입산 배추에 관해 소비자들과 농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공급 부족으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철저한 점검을 통해 신선한 배추만 수입하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팜 생산 등의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는 비용을 요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현재는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