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오후 10시 숙소 귀가’ 의무가 사라진다. 급여는 월급으로 받거나 매달 두 차례 나눠 받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뀐다. 일부 가정에서 관리사가 연락을 끊고 무단 이탈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서울시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 ‘10시 귀가’ 없애고 급여제 다양화
서울시는 2일 고용노동부 등과 긴급 대책 회의 열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과 관련해 개선책을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출근 2주 만에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하자 같은 달 24일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관리사들은 매일 오후 10시마다 숙소에서 인원 점검을 하는 점, 근무 중 대기 시간에 머물 휴게 공간이 부족한 점 등의 불편을 호소했다.
우선 인권 침해 지적이 나온 오후 10시 귀가 의무는 사라진다. 그동안 가사서비스 제공업체는 관리사들의 안전 확보를 이유로 가사관리사 그룹마다 대표를 정해두고 이들이 오후 10시 전에 숙소에 복귀했는지를 매일 확인해왔다. 이에 대해 관리사들 사이에선 “먼 거리에서 저녁 늦게 퇴근하면 시간이 부족해 저녁도 못 먹고 뛰어야 한다”, “우리도 성인인 만큼 어떻게 시간을 쓸지 자율권이 있어야 한다”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밤 10시 귀가 확인 규칙을 없애기로 했다. 다만 외박할 땐 그룹장에게 메신저나 이메일로 알리도록 한다.
월급은 매달 한 번에 받을지, 두 차례 나눠 받을지 관리사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월 2회 지급을 택한다면 매월 10일과 20일에 급여를 나눠 받는 식이다. 그간 관리사 중에는 당장 쓸 현금이 부족해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토로한 이들도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98명 중 38명이 ‘월 2회 지급’을 원한다고 한다.
하루에 여러 가정에 출근하는 가사도우미에겐 이동하거나 대기하는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공공장소 리스트를 제공한다. 여기엔 도서관이나 주민센터, 외국인센터, 배달 라이더 쉼터 등이 포함된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가정에 들어가기 전에 대기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단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 서울시 “불편함 없는 근무 환경 조성”
고용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체류(비자) 기간을 현행 고용허가제(E-9)에 따라 최대 3년 이내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이들의 체류 기간이 7개월이다 보니 고용 불안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앞서 근무지를 이탈한 뒤 4일 부산에서 검거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에 대해 법무부는 이들을 강제 퇴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들은 부산 연제구의 한 숙박업소에 불법으로 취업한 상태였다.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온 필리핀 가사관리사 중 98명은 현재 서울 내 169곳 가정에서 근무 중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자율성을 부여하되 추가 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현장에서 가사관리사들이 불편함 없이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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