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반환점, 광역단체장에게 묻는다]
〈13〉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자유-권한 얻어
농지-환경 규제 해소해 먹거리 창출… 국비 역대 최대 9조5000억 원 확보
반도체 테스트베드 4개 사업 순항 중… 2031년까지 반도체 인재 1만 명 양성
“강원도의 반도체 생태계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연입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59)는 2일 도청 통상상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주를 중심으로 춘천, 강릉을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 조성 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며 “반도체 불모지에서 2년 만에 반도체 주력 도시로 거듭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전 세계 생명공학 산업의 허브인 미국 보스턴을 예로 들며 “강원도가 보스턴 못지않은 반도체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취임 이후 주요 성과는….
“강원도정 역사상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출범과 강릉의 제2청사 개청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 밖에 오랜 숙원사업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춘천), D(원주) 연장 확정, 바이오특화단지 선정, 글로컬대학 전국 최다 선정,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메가 이벤트인 강원세계산림엑스포와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성공 개최 등이 있다.”
강원도에 특별자치도라는 지위 특례를 부여하는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2022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년 뒤인 2023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은 어떤 의미인가.
“특별자치도는 한마디로 중앙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그동안 강원도를 옭아매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지자체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과 ‘권한’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예산을 지원받는 구조가 아닌 만큼 쟁취한 자치권으로 우리가 잘살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잘살거나 못살거나 그 책임을 우리가 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후 무엇이 달라졌나.
“특별법을 통해 농지, 산림, 환경, 국방 등 4대 핵심 규제를 풀어내고 있다. 그 덕분에 41년 걸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신호탄으로 신규 케이블카 6곳이 진행되고 있고, 도지사 권한으로 ‘절대농지’로 불리는 농업진흥지역 약 3966만 m²(약 1200만 평)를 해제할 수 있게 됐다. 또 산악관광사업을 위한 산림이용진흥지구 지정으로 46개 사업이 신청됐다. 도민들이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보여드리겠다.”
―취임 초기 도정을 이끄는 데 상당히 힘들었다고 하는데….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는데 텅 빈 곳간도 아니고, 빚 문서만 덩그러니 물려받은 데다 세계적 불황으로 역대급 세수 결손을 겪었다. 취임 당시 1조 원이 넘는 빚을 떠안은 터라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짠물 도정’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취임 첫날 취임식도 생략했고, 더 이상 화려한 불꽃놀이 같은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구조조정과 외부 용역 감축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했다. 민간 보조사업 특정감사로 새는 보조금이 없도록 했다. 짠물 도정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쓸 때는 과감히 쓰기 위해 아낀 것이다. 다행히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9조5000억 원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다. 사회복지 및 첨단산업과 같이 정말 필요한 곳에는 확실히 투자하겠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구체적 성과가 있나.
“세계는 이제 인공지능(AI) 시대인데 AI는 곧 반도체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하나하나에 대해 신뢰성과 안전성 등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관련 4개 사업이 순항 중이다. 국비 등 1500억 원의 사업비가 확보돼 있다. 또 반도체 인재 양성 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갔다. 2월 도내 7개 대학이 참여한 반도체 공유대학이 출범했고, 7월에는 원주에 한국반도체교육원이 문을 열었다. 이 같은 시설을 통해 2031년까지 반도체 인재 1만 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체계 구축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신규 케이블카 사업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41년 숙원사업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침체됐던 설악권 경제 회복과 관광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 시군 전수조사를 거쳐 산악형 5곳과 해양형 1곳을 준비 중이다. 전문가로 이뤄진 자문단 구성을 통해 경제성과 환경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할 것이다. 지역 특색을 살리는 맞춤형 케이블카 전략으로 차별화한다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강릉∼평창 케이블카는 산과 바다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최장 코스(5km)다.”
―도청사 이전 진행 상황은….
“토지 보상 시작 후 3개월 만에 절반 이상이 보상 완료될 정도로 순조롭다. 신청사에 대한 국제 설계공모 결과 7개 작품이 접수돼 11일 최종 당선작이 발표된다. 8일 열리는 최종 심사 과정은 강원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당선작이 선정되면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2026년 착공, 2029년 상반기(1∼6월) 준공할 예정이다. 신청사로 이전하면 현 청사는 도민을 위한 역사·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지사가 꿈꾸는 강원도의 미래상은….
“이제는 더 이상 감자만 팔던 강원도가 아니다. 요즘은 자나 깨나 반도체와 바이오 생각뿐이다. 새로운 강원도의 모습은 이와 관련한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다. 특별자치도를 통해 얻은 자유와 권한으로 기업이 찾아오고 사람이 모여드는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를 실현하고 싶다. ‘규제’는 털어내고, ‘매력’은 더해서 기업이 찾아오는 자유의 땅, 청년이 찾아오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가겠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프로필
△강원 춘천(59) △춘천 성수고, 서울대 공법학과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2006∼2007년) △춘천지검 원주지청장(2008∼2009년) △19, 20대 국회의원(2012∼2020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