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향’ 역사 교과서 검정자격 논란…출판사 “옛 문제집 표지갈이 아냐”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0월 8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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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위 국정감사…野, ‘우편향’ 한국사 교과서 맹폭
출판사 자격 논란…문제지 ‘표지갈이’ 의혹에 “억울”
주편집자 기재된 증인 “내가 문제지 편집한 적 없어”

이주호(앞)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오승걸(뒷줄 오른쪽)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등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등 8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4.10.08. [서울=뉴시스]
이주호(앞)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오승걸(뒷줄 오른쪽)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등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등 8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4.10.08. [서울=뉴시스]
한국사 교과서 검정 신청 자격을 갖추기 위해 옛 문제집을 ‘표지갈이’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출판사의 ‘주편집자’가 “제가 해당 문제집을 책임 편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편집자는 “사장이 시킨 일을 그때그때 하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출판사 대표는 이름을 잘못 넣었다며 “실수”라고 했다. 둘은 부녀지간이다.

출판사 대표는 검정 신청 자격이 없다는 의혹에 대해 “그 부분 많이 억울하다”며 “법률이나 절차상 위법 사항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와 산하기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우편향’ 논란을 빚은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를 출판한 한국학력평가원 김수기 대표와 해당 교과서 편집자인 김설임 과장이 출석했다.

학력평가원은 한국사 교과서 검정 실시 공고(지난해 1월) 이후인 지난해 중반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집을 냈는데, 실상은 신청 자격을 채우기 위해 2007년 냈던 문제집을 표지만 바꿔서 출판했다는 의혹을 샀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지적하며 “(해당 문제집) 원작자 세 명이 (자신들)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저작자가 저희 회사로 돼 있다. 양도를 받았고 계약서에 그리 돼 있다”고 했다. ‘표지갈이’ 의혹에 대해 “쿽 익스프레스(편집 프로그램) 파일로 돼 있던 것을 인디자인으로 조판 환경을 완전히 바꿔서 다시 한 것”이라며 “본문과 표지를 새로 찍었다”고 했다.

문제집 내용이 다른 게 없다 지적 받았는데 편집 기법과 디자인을 바꿨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백 의원은 이어 김 과장을 불러 “표지갈이 문제집에 책임 편집자로 기재돼 있다”며 “본인이 (문제집 제작을) 직접 기획했나,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나”고 했다.

그러자 김 과장은 “제가 이걸(문제집) 책임 편집한 적 없고요”라며 “만약 했으면 사장님이 시킨 일을 그때그때 하기 때문에 그 과정 중에서 뭔가를 했다는 일은 있겠지만 정확히 기억나는 건 없다”고 발언했다.

김 대표는 “김 과장은 10년 정도 근무했고 주편집자”라며 “표지 디자인 과정에 다른 책 판권 샘플을 넘겼고 항목에 그대로 사용된 것이다. 사실 확인 못하고 관행적 일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문정복 의원은 김 과장에게 2023년 발간된 문제의 한국사 문제집에 책임 편집자로 참여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것이 맞는지 다시 물었다.

그러자 김 과장은 “제가 책임 편집이라고 이름이 들어간 것 그 사실 자체를 저도 안 지가 얼마 안 됐다”며 “그때 그때 뭘 하라고 지시한다 사장님이. 그러면 뭔가를 했긴 했을 텐데 책임 편집이라는 타이틀을 달 정도로 그렇게 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의원이 중앙도서관에 해당 문제지의 납본 신청 과정도 몰랐는지 묻자, 김 과장은 “몰랐다”고 했다.

김 과장은 ‘우편향’ 논란을 빚은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으로 기재돼 있는데 실제 참여했는지 질문하자, “제가 집필진으로 돼 있지 않고 ‘편집자’로 돼 있다”며 교정교열 작업에는 실제로 참여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문 의원이 ‘교과서 검정 심사 참여 자격을 획득한 문제집을 만드는 과정이 사기라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 과장은 “제가 뭘 알아야 사기라고 말씀을 드릴 텐데 과정에 대해서 검증하신 전문가들이 버젓이 계신데 거기에 대해 사기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의원이 ‘16년 전 만들어 놓은 문제집을 가지고 검정 교과서를 신청하고 따 내셨는데 문제가 없냐’고 묻자, 김 대표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문적으로 판정을 하는 분들이 판정을 해야 된다”고 답했다.

검정 심사 기관 수장인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검정공고에 안내한 대로 우리가 공익기관으로부터 발행증명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저희들은 (학력평가원이)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학력평가원이 낸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집권 연장’이라 표현하는 등 ‘우편향’ 서술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해당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는 논란을 사고 있는 김건호 교육부 청년보좌역도 야권의 맹폭을 받았다.

교육부 소속은 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할 수 없는데, 지난해 11월 교육부에 채용된 김 보좌역이 그해 12월 제출된 학력평가원 교과서 검정 신청서에 이전 소속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격 논란이 일었다.

김 보좌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제가 고의성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여야는 해당 교과서 내용을 두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일제의 ‘진출’ 표현을 두고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다른 교과서에서도 동일한 표현을 쓰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총리는 “진출이라는 용어는 경제적 부분에서 쓴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군사도 진출 표기한 교과서가 있었다”며 일본군의 움직임을 ‘침략’이 아니라 ‘진출’로 표기한 건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이 부총리는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수정을 요구하자, 이 부총리는 “학력평가원 교과서가 일부 자체 수정해온 사례가 있는데 아직 수정이 되지 않은 사례도 있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부총리는 “여야가 합의해서 의견을 주면 바로 수정할 수 있을 거 같다”며 “10월 말 정도까지만 합의해주면 저희가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학력평가원은 지난 8월 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을 통과했다. 새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쓰일 수 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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