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반려동물 한 해 11만 마리… 보호센터는 이미 포화 상태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10월 9일 09시 11분


유기동물 18% 안락사 처리…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매년 줄어

9월 24일 오후 서울의 한 33㎡(약 10평) 빌라 거실에 고양이 14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봉사자가 앉을 공간도 부족한 이곳엔 쇠 켄넬(출입문을 제외하고 사방이 막혀 있는 반려동물 집 또는 이동장) 6개가 2층으로 쌓여 있고, 고양이 집 대여섯 개가 즐비했다. 귀퉁이가 해진 빈 택배상자 3개도 눈에 띄었다. 얼핏 보기엔 어수선하지만 유기동물보호센터 봉사자 오모 씨의 말은 다르다. “이곳은 완전 가정집 형식이라 깨끗한 편이다. 보호시설 중엔 반지하에 있거나 배변 냄새가 심해 청소를 많이 해야 하는 곳도 있다”며 “아무리 동물을 사랑해도 힘든 게 유기동물보호센터 봉사”라고 말했다.

유기동물보호센터, 한계에 봉착

서울 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하는 믹스견. 입소한 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입양되지 못했다. [윤채원 기자]
서울 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하는 믹스견. 입소한 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입양되지 못했다. [윤채원 기자]


반려인 인구수 천만 시대를 맞았지만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한 해 11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유기동물보호센터 수용 역량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기자가 최근 찾아간 동물보호센터의 봉사자와 센터장들은 여전히 버려지는 동물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보호센터에서 봉사하는 A 씨는 “자주 다니는 곳은 유기동물을 300마리가량 보호하고 있다”며 “열심히 입양을 보내도 줄어드는 동물보다 입소하는 동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직원 B 씨가 일하는 동물보호센터는 2층으로 쌓아 올린 쇠 케이지 30~40개에 유기동물을 수용하고 있었다. B 씨는 “모든 견사가 들어차 있어 새로운 동물이 올 때마다 어디에 넣을지 고민”이라고 애로를 토로했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보호센터에 들어온 유기동물(유실동물 포함)은 2021년 11만8273마리, 2022년 11만3440마리, 2023년 11만3072마리로 나타났다. 3년째 11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지만 동물보호센터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269개였던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2023년 228개로 감소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많아 유기동물보호센터 수용 여력을 초과하다 보니 ‘보호센터’라는 명칭을 쓰는 것도 고민되는 문제다. 보호센터라고 하면 그 주변에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한 동물보호센터 봉사자는 “봉사자 유치나 후원 물품 등을 받기 위해 동물보호센터 주소를 홍보할까 하다가도 센터 앞에 동물을 놓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주소를 숨겨야 하나 고민하는 관리자를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사무실 앞에는 동물을 유기하지 말라는 표지판이 붙은 적이 있었다.

유기동물보호센터의 과포화를 줄이려면 입양을 보내는 게 가장 좋지만 입양 수요가 많지 않다고 한다. 버려지는 동물 중엔 나이가 많거나 아픈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동물보호센터 봉사자 C 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비용이 꽤 든다 싶으면 버리는 것 같다”며 “펫숍에서 사왔는데 병원비 때문에 버려진 것 같은 품종의 고양이와 강아지, 임신한 믹스견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보호센터 수용 능력 한계로 보호 기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23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의 평균 보호 기간은 2017년 42일에서 2023년 27일로 줄었다. 2023년 구조된 유기동물 중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된 동물은 2만 마리로,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자동차는 안 버리면서 동물 버리다니”

이런 상황에서 ‘개식용종식법’ 시행령이 8월 7일부터 시행됐다. 2월 제정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27년 2월 7일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의 사육·도살·유통·판매가 금지된다. 정부는 업종별 전·폐업 혜택을 적극 제공해 조기 종식을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개식용업계 5898곳은 개식용종식법에 따라 운영 현황을 신고하고 전·폐업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정부는 전국 식용 목적의 개 사육 규모를 52만 마리로 추정한다. 이들 중 일부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로 들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동물보호센터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센터가 과포화 상태인 데다, 대형견을 제대로 훈련시킬 인력도 부족하고 입양 수요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 한 동물보호센터장은 “식용견은 덩치가 커서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사료도 훨씬 많이 먹는다”면서 “성격이 순한 골든리트리버 같은 품종견과 달리 사람과 친숙하지 않은 식용견을 훈련시키는 데 현 인력으론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불법 개 도살장 신고를 받고 10마리 넘는 개를 한꺼번에 받은 일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더 많은 개가 들어온다면 기존 동물을 안락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물보호센터의 역량을 강화하고 개식용 종식 로드맵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반려동물 보유세를 걷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인식 개선과 반려동물 보유세 쓰임새를 정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한다.

설채현 수의사는 “자동차세가 10만 원 오른다고 자동차를 버리진 않으면서 반려동물 병원비가 많이 나오면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책임 있게 키울 사람이 아니면 처음부터 키우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59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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