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국 소방공무원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과거 자체적으로 운영해온 ‘상조회’ 문화가 남아 조직을 갉아먹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터무니없이 높은 퇴직·전별금 지급으로 기금 적자가 60억 원이 넘어 조직이 해산되는가 하면 수익률이 -88%에 달하는 등 방만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소방청 차원에서 전국 시도소방본부의 상조회 실태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서울, 광주, 충남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상조회가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충남은 상조회가 구성된 전력이 없고 광주는 2022년 조직이 해산됐다.
상조회는 월급의 일부를 회비로 걷어 조직의 축의, 조의, 공상, 학자금, 전출·퇴직금 등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계모임이다. 월 납부액은 1000원부터 최대 4만5000원까지 각기 달랐다. 특히 경기, 인천, 부산, 대구, 대전, 세종, 강원, 전남, 경북, 경남 10개 시도는 회칙상 소방관 임용과 동시에 상조회에 자동가입돼 매월 보수에서 회비를 원천징수해 의무적으로 회비를 납입하도록 했다.
월급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내야 함에도 일부 시도 소방본부에서는 기금 운용에 실패해 회비 고갈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2022년 상조회 ‘소우회’가 해산된 광주소방본부는 방만 경영으로 62억 원 가량의 적자를 내 조직이 해산됐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 현직에 있던 광주 소방관 1580명이 납입한 금액만 무려 76억4754만 원에 달했으나, 해산 당시 남은 돈은 고작 13억6144만 원에 불과했다. 본부에 따르면 광주시 소방관은 임용 또는 전입과 동시에 소우회에 자동 가입돼 신규가입 때 13만 원의 가입비를 내고 매월 보수에서 3만1000원의 회비를 원천징수했다.
2021년 결산 내역에 따르면 소우회는 회비와 가입비로 5억5293만 원을 걷었는데, 그보다 많은 5억7768만 원이 상조비로 지출됐다. 이중 전출·퇴직금이 5억1468만 원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결국 재정 고갈 우려에 1985년 설립된 소우회는 의견 수렴을 거쳐 37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남소방본부도 현재 월 최대 4만5000원을 원천징수해 ‘공조회’를 운영 중이다. 퇴직자 전별금으로 30년 근속기준 최대 2380만 원을 지급하지만 퇴직자들이 실제로 납입하는 금액은 평균 1000만 원 수준이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나오자 전남소방본부는 공조회비 유지 적정성 을 평가하기 위한 외부 용역을 맡겼다. 지난 달 나온 용역 보고서에서는 ‘현재 공조회를 해산할 경우 가입자가 평균 88%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식 대한소방공제회라는 공식 조직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시도 본부별로 자체적으로 상조회를 운영하면서 퇴직자·전별자를 위한 돈잔치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 의원은 “미래세대 소방을 책임질 젊은 소방관들의 월급을 징수해 고위직들의 퇴직금 잔치에 사용한 폰지사기에 가까운 행태”라며 “상조회는 소방공제회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사실상 사조직으로 운영실패 시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방청 차원의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