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폭력 발생땐 10년간 인사관리
보직상 출장-외부업무 때 마주쳐
“완전 분리-2차 가해 대책 마련을”
군에서 성폭력을 당한 뒤 전역한 부사관 및 장교 등 간부가 지난 5년간 15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고 근무할 수 있도록 군이 지원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성폭력 피해를 당한 군 간부는 총 1391명이다. 이 중 약 11%(154명)는 현재 퇴직했다. 장교는 48명, 부사관은 106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군은 성폭력이 발생하면 부대관리훈령 제250조의 3에 근거해 보직 해임이나 파견 등 인사 조치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한다. 이후 사건이 종결되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별도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 부대 또는 주둔지 내에서 근무하지 않도록 10년간 인사를 관리한다.
이는 2021년 공군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이후, 국방부가 성폭력 대책을 마련하며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에는 피해자 233명 중 32명(14%)이, 지난해에는 420명 중 48명(11%)이 전역했다. 올해는 331명 중 14명이 전역했다.
전문가들은 분리 조치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출장이나 외부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를 다시 마주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보직을 이동하지 않는 이상 유사한 업무를 하게 되다 보니, 가해자가 부대로 출근하지 않더라도 결국 다시 마주치는 경우가 잦다”며 “상급자를 만나면 꼭 경례하는 문화가 있는 군대에서, 피해자는 결코 가해자를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피해자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문제다. 폐쇄적인 군 조직 특성상 피해자가 쉽게 특정돼 2차 가해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 중사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김정환 JY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피해자가) 부대 이동을 하더라도 인사 기간 외에 이동했다는 이유 등으로 쉽게 특정돼 소문이 퍼진다”며 “되레 본인이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라는 부담을 느껴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로부터의 완전 분리를 보장하고, 2차 가해를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민 인권이사는 “피해자가 모든 업무의 과정에서 가해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돕는 세심하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의 신원이나 사건 내용을 전파하는 2차 가해 시 훈령이나 법에 기초한 적극적인 징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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