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한승원 작가가 전한 말
한강 “노벨문학상 준건 더 냉철해지라는 의미
수상 통보 전화 받고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모친, “노벨상 받으면…” 평소 얘기대로 집에 태극기 걸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이 실려 나가고 그러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무슨 잔치를 하고 즐거울까요.”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이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에게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라고 하는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고 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승원은 밝혔다.
한승원은 11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우리 딸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른 거 같다”며 “나는 골목대장(국내만 산다는 의미)인데, 한강은 세계를 보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한강은 아버지에게 “수상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 인줄 알았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한강의 어머니 임감오 씨는 이날 새벽 자택 앞에 태극기를 걸어놓기도 했다. 임 씨는 “딸에게 노벨문학상 받으면 태극기를 걸겠다고 평소 말해왔다”고 말했다.
한강은 10일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 지지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다.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뉴스가 한국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할 것이냐란 질문에 그는 “내가 술은 안 마신다”면서 “전화 통화 후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2019년 인촌상 수상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친 한승원 소설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사방에 널린 책들 속에서 자랐다는 것. 그는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니 현실의 세계가 절대적이지 않았고, 그렇게 두 세계에서 살 수 있었던 점이 유년기의 나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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