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강읍 군 사격장, 이전 논의해야[기고/주낙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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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낙영 경주시장
주낙영 경주시장
경주시 북서쪽에 자리한 안강읍(安康邑)은 신라 경덕왕 때 백성이 편안하고 강녕하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 임금이 내린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산자수명(山紫水明)하고 인심이 순후해 영남의 추로지향(鄒魯之鄕·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라 불릴 만큼 선비문화의 꽃을 피운 살기 좋은 고장이다.

하지만 안강읍이 요즘 편안하지 않다. 산대리에 있는 공용화기 포 사격장 때문이다. 이 사격장은 50사단 16개 부대에서 연간 약 3000명이 공용화기 사격훈련을 한다. 주민들은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소음과 진동으로 매일 두려움 속에 산다. 일상적인 대화도 방해받을 정도다.

이곳에 포 사격장이 들어선 것은 1982년이다. 마침 길 건너편에 포탄을 제조하는 ㈜풍산금속 공장이 있어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도심이 커지면서 주민들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다니는 형국이다.

사격장 반경 1.5㎞에 안강 주민 1만5600명이 산다. 소 1만6000마리, 돼지 2만 마리, 닭 15만4000마리 등 가축도 있어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양동마을과 옥산서원 등 세계유산지구와도 가깝다. 미래 세대를 위해 보호해야 할 소중한 문화자산이 사격장으로 인해 이미지 손상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마침 대구시에 있는 50사단 등 군부대를 인근 시군으로 이전할 계획이 발표돼 주민들은 포 사격장 이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방부가 군부대 이전 시 1043만 ㎡(약 315만 평) 규모의 공용화기 사격장 부지를 제공해 달라는 조건을 제시했는데 여기에 안강읍 사격장도 포함해 이전하면 좋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사격장 이전에 따른 비용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경주시가 부담할 용의가 있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전 국방부 장관)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경주시는 현재 국방부, 대구시 등과 꾸준히 소통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대구 군위와 경북 영천, 상주, 의성 등 4개 시군이 군부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가 2, 3곳의 예비 후보지를 선정하고 연말까지 최종 이전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50사단 등 부대와 훈련장 이전 후보지를 정하기 전에 안강읍 포 사격장 이전도 함께 검토해 주기 바란다. 국방부 등은 소통 창구를 마련해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고통받고 있는 이들과 천년고도 경주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다. 군부대 이전을 검토하는 지금이야말로 포 사격장 이전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안강읍 포 사격장 이전은 지역 주민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역 경제, 문화유산 보호 등 전 분야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방부 등은 지난 40여 년 국가 안보를 위해 피해를 감내하며 살아온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에 귀 기울여 평화로운 안강을 되돌려 주길 바란다.

#경주#안강읍#군 사격장#포 사격장#이전#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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