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베트남서 의료 선교 활동… 양승봉 부산외대 부속 의원 원장
부산-경남 최초의 대학 부속 의원… 국내 학생-외국인 유학생 등 대상
내과-외과-피부과 저렴하게 진료
학교와 가장 가까운 약국 1km 넘어… 교내 약국 개설 긍적적으로 검토를
“피부 종양 제거와 같은 외과적 처치도 여기서 가능해요.”
11일 부산 금정구 부산외국어대 트리니티홀 5층 보아스 메디컬 클리닉(Boaz Medical Clinic)에서 만난 양승봉 원장(67)은 처치실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환부의 소독과 치료를 위한 가위와 거즈 등이 철제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처치 용품을 소독하는 멸균기도 있었다. 처치실 옆에는 수액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병상 4개도 마련됐다. 양 원장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의 내성 발톱 수술을 이곳에서 했다. 그렇지만 감기와 배탈 같은 경증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환자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10일 문을 연 보아스 클리닉은 보건 당국으로부터 의료기관 개설 승인을 받은 부산 경남 최초의 대학 부속 의원이다. 외과 전문의인 양 원장과 간호사 2명이 상주하며 내과와 외과, 피부과 등의 진료를 본다. 하루 평균 15명이 찾는데, 환자 비율은 국내 학생 40%, 외국인 유학생 30%, 나머지는 교직원이라고 한다. 양 원장은 “아픈 학내 구성원들이 즉시 이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교 밖 병원보다 훨씬 저렴하게 예방접종과 수액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아시아의 이태석 신부’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 숨진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수여하는 이태석봉사상의 2015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양 원장은 25년에 걸쳐 네팔과 베트남에서 가난한 이들을 치료했다. 1982년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경남 김해복음병원 외과 과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1995년부터 네팔과 베트남의 의료 소외지역에서 외과 전문의로 활동했다. 양 원장은 “군의관 시절 기독교 의사들의 선교 모임인 누가회의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네팔에서 활동 중이던 미국인 외과 의사 톰 헤일의 강의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나도 가난한 이들을 돕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며 의료 선교에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양 원장은 네팔에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될 수 있게 초석을 다진 것으로 유명하다. 돈이 없어 병을 키우는 현실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여겼던 그는 장기려 박사의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모델 삼아 네팔 건강보험 제도 구축에 나섰다. 조합원이 낸 자금을 모아뒀다가 누군가 아플 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네팔 정부와 주민들을 설득했다. 양 원장은 2007년 건강보험연구소를 설립해 세미나를 열고, 후원회도 결성했다. 이 같은 양 원장의 노력이 알려지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힘을 실으면서 네팔 건강보험 제도 시행은 급물살을 탔다. 2020년부터 네팔 75개 군 지역에서 건강보험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코이카 등은 2030년까지 네팔 전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17년부터 베트남 한인병원에서 근무했던 양 원장은 은퇴를 고려하던 중 “학생을 섬기는 마음으로 보살펴 달라”는 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귀국했다.
교내 약국 개설은 그가 현재 가장 바라는 점이다. 양 원장이 처방전을 발급해도 환자들이 학교에서 조제약을 구할 수 없다. 가장 가까운 약국이 보아스 클리닉에서 1km 넘는 곳에 있는 탓에 아픈 이들이 약을 지어 학교로 복귀하기까지 많은 발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양 원장은 “여러 차례 약국 개설 허가를 요청했으나 보건 당국은 학교 밖 약국의 반발을 우려해서인지 난색을 보였다”며 “KAIST와 한동대 등에서는 학교 내 약국이 운영 중이다. 보건 당국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약국 개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