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원장 “미인증 의대 봐주기 안돼… 정부 법개정 철회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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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평가 불합격 의대에 보완 기회
인증기관 없을땐 기존 인증 연장 등
의평원 무력화, 실력없는 의사 배출”
정부 “인증기관 공적 책무 강화 필요”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오른쪽)이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를 향해 “평가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법 개정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안 원장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올 2월 의료공백 사태 발생 후 처음이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오른쪽)이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를 향해 “평가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법 개정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안 원장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올 2월 의료공백 사태 발생 후 처음이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의대 인증 평가를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안덕선 원장이 16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향해 “평가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법 개정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인증 평가에서 불합격한 의대에 1년 이상 보완할 기간을 주고, 인증기관 공백 시 기존 인증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고치겠다며 입법 예고를 하자 이를 ‘의평원 무력화’ 시도로 보고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올 2월 의료공백 사태 이후 안 원장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처음이다.

● “의평원 무력화 시도 중단하라”


안 원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 개정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사회 보건 향상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선 실력 있는 의사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의대는 제대로 된 교육 여건을 갖추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개정안은 의학 교육 현장의 혼란을 심화시키고 교육 수준 향상과 배출되는 의료인력의 질 보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의 개정안은 의료공백 사태 등 대규모 재난으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불인증 전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의평원은 “무조건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1년 이상’이란 규정을 악용할 경우 무한정 보완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은 또 인증기관이 없는 경우 새 인증기관이 인증 평가를 할 때까지 기존 인증이 연장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의평원은 이에 대해서도 “인증제도 적용을 유예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라며 “역량과 자질이 미흡한 의료인 배출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선 해당 조항이 의평원의 인증자격 박탈까지 염두에 둔 규정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은 “정부는 증원된 의대가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점검하고 국민에게 이 정도면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인증 평가의 기본 역할”이라며 “정부가 공언한 대로라면 불인증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 “의평원 인증기관 지정 취소도 검토”

의평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의평원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한재진 의평원 의사전문역량인증단장은 “정원이 2배, 3배로 늘어나는 건 세계 의대 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의평원 무력화를 위한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 (조만간) 의평원이 문을 닫고 정부가 관변 의평원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의평원은 정부가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양은배 의평원 수석부원장은 “입법 예고 사안에 약 1만5000건의 의견이 접수됐고 규제심사도 거쳐야 한다. 충분히 (철회를) 고려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내년도 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는 의대 30곳에 대한 주요변화평가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의평원은 이들 대학에 대해 평가 기준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확대해 향후 6년간 매년 주요변화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여기서 불인증 판정을 받으면 내년도 신입생 국시 응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교육부는 이날 의평원 기자회견에 대해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입법 예고는 인증기관의 공적 책무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으로 전체 인증기관에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교육부는 의평원 주요변화평가 계획에 대한 사후 심의 결과를 이달 말 의평원에 통보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심의 결과에 따라 의평원에 권고를 내리거나 보완을 지시할 수 있다”며 “보완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인증기관 지정 취소 역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평원 원장#미인증 의대#정부#법개정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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