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부가 경계해야 할 원칙을 이같이 강조했다. 이 소장 등 재판관 3명은 이날 임기가 만료돼 헌재에는 재판관 6명만 남게 됐다.
이 소장은 퇴임사에서 “헌법재판소의 현재 상황이 위기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짚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권한쟁의심판, 탄핵심판과 같은 유형의 심판 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나타나면 뒤이어 사법의 정치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것은 많은 정치학자와 법학자들이 지적하는 바”라고 했다.
이 소장은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라며 “이는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를 해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 헌법재판소 가족 모두는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과 의지를 굳게 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2018년 10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후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장에 취임했다. 이 소장과 함께 이영진·김기영 재판관도 이날 퇴임한다. 이번에 퇴임한 3명의 재판관은 모두 국회가 선출해야 하는 몫이다.
헌재는 재판관 정족수 7명을 채워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한 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을 정지하며 ‘헌재 마비’ 사태를 ‘응급 조치’로 막았다. 하지만 6명만으로 심리·결정할 경우 정당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주요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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