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도 없는데 과학계 상임감사들 해외출장비 ‘펑펑’

이해민 의원, KAIST·UNIST·IBS·연구재단 상임감사 1억7천여만원 사용
일부는 현 정권 인맥으로 내려와…본인이 기안해 본인이 승인
이해민 의원 “상임감사가 오히려 방만 경영의 주체”

ⓒ뉴시스

연구개발(R&D) 예산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학기술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기관의 상임감사들이 불필요한 해외출장과 고액의 대학 최고위 과정을 수강하다가 예산낭비로 국회의 지적을 받았다. 이들이 재직기간 지출한 해외출장비와 교육비는 총 1억 7000여만원에 달한다.

17일 대전 KAIST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기정통부 및 출연硏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KAIST·UNIST·IBS·한국연구재단의 상임감사 부임 이후 교육 및 해외출장 현황 분석에서 상임감사들은 기관 예산을 활용해 교육 등을 이유로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KAIST 상임감사 A씨는 ‘최신 내부 감사기법 습득’ 등을 이유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호주 시드니, 베트남 하노이, 미국 워싱턴 등 4차례 해외출장을 다녔고 이 과정에서 4532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또 그는 KAIST CAIO 과정, 서강대 글로벌 EnH 최고위 과정,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감사인 과정 등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총 2888만원을 썼다.

이 의원은 “KAIST 상임감사의 국외출장 귀국보고서를 보면 기관 예산 1435만원을 지출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해외출장 건에서 본인이 기안하고 1초 후 다시 본인이 해당 기안문서를 승인 결재했다”며 “1초 셀프 결재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결재과정이 실질적인 검토없이 형식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UNIST 상임감사 B씨는 ‘감사표준 최신 동향 파악’과 ‘신규 내부 감사기법 습득’을 이유로 762만원을 들여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가 발리에서 배워온 것은 ‘Chat gpt 사용 도입’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한국감사인대회,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감사인 과정 등을 수강하며 총 1317만원의 교육비와 400만원의 출장비를 지출했다.

IBS 상임감사 C씨는 ‘국내외 감사인들과 교류’ 등을 목적으로 호주 브리즈번과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2460만원 예산을, 교육비와 출장비로 2425만원을 지출했다.

또한 한국연구재단 상임감사 D씨는 ‘감사업무의 전문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오스트리아 빈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1397만원의 예산을 썼다. 국내 교육과 출장비 등으로 422만원을 추가 지출했다.

각 기관의 상임감사는 KAIST 1억4000만원, UNIST 1억3400만원, IBS 1억9100만원, 한국연구재단 1억2300만원 등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특히 2023년 9월 UNIST 상임감사는 친윤계 여당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사무국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같은 해 8월 한국연구재단 상임감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민 의원은 “과기정통부의 방치로 소관기관 상임감사들은 자정능력을 잃었다”며 “방만 경영을 막아야할 상임감사가 오히려 방만 경영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또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삭감으로 연구현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임감사들의 불필요한 해외출장과 인맥 쌓기용 고액의 대학 최고위 과정 수강 등으로 청년 연구자들의 아픔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과기부 상임감사들의 방만한 예산 사용에 대해 환수 조치를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고 상임감사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