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내년에 의대생 750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큰 문제 없이 교육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의사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올해 휴학계를 낸 신입생 3000여 명이 다음 학기에 돌아오면 증원된 내년 신입생 4500여 명까지 합쳐 예과 1학년은 총 7500여 명이 된다. 의료계에선 “7500여 명이 계속 함께 진급하기 때문에 의대 6년 교육은 물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도 제대로 못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전공의 대표 “7500명 교육 불가능”
18일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의대의 열악한 실습 환경을 거론하며 “7500명은 단언컨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날(17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7500여 명이 의대 40곳에 분산되는 것이고 실습보다 강의 위주인 예과 1학년 교육 특성을 감안해 분반 등으로 대비하면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박 위원장은 “모교인 경북대는 실습 기자재가 부족해 일회용품을 재사용했고, 수술용 실 하나를 들고 너덜너덜해진 모형 위에 아껴가며 연습했다”고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해당 발언을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로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지목하며 “정신분열증 환자의 ×소리”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다만 비속어에 대한 비판과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를 비하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와 가족, 주치의분들께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는 사과글을 올리기도 했다.
● “2.5배로 늘었는데 임상실습 어떻게 하나”
정부는 강의 위주인 예과 1, 2학년은 분반을 적극 활용해 7500여 명 수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추가로 필요한 강의실은 대학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수업은 교수가 반을 돌면서 같은 수업을 여러 번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의대 1학년 시간표는 ‘일반생물’, ‘유기화학’, ‘확률과 통계’ 등 이론과 기초소양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의료계는 교육 현장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상당수 학교가 예과 2학년 때부터 해부학실습 강의를 시작하는 등 기초와 임상 교육을 결합한 통합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예과도 소규모 문제 해결식 수업이 정착돼 있다. 지금도 교수가 부족한데 2.5배로 늘어난 학생을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본과부터 시작되는 실습의 경우 우려가 더 크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당장 7500명을 데리고 임상실습을 진행할 교수도, 환자도 없다. 상당수가 전공의에 지원할 텐데 수련 요건도 안 된다”고 했다. 김연수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비수도권 의대 증원 폭이 큰데 정작 비수도권 의대 교수들은 수도권이나 2차 병원으로 이직하고 있다. 학생은 늘어나는데 가르칠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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