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1㎏ 1만7600원, 184% 뛰어
대형마트, 횟감용 전어 못 팔기도
고수온 특보, 역대 최장 71일 발령
홍합-굴 등 어패류도 폐사 속출
‘가을 전어’란 말이 무색해졌다.
롯데마트는 2015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에 전어회를 팔지 않고 있다. 전어 조업량이 반 토막 나면서 도매 가격이 작년의 3배 수준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전어회와 전어 세꼬시를 팔고 있긴 하지만 물량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온라인 수산물 플랫폼에서도 전어를 찾아보긴 힘들어졌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승준 씨(32)는 수산물 유통 플랫폼을 뒤졌지만 전어만 단품으로 판매하는 가게는 많지 않은 데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결국 단골 횟집에서 전어가 포함된 모둠회를 주문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김 씨는 “가장 맛보고 싶었던 전어는 정작 몇 점 되지 않더라”며 “가을 한 철만 즐길 수 있는 생선이라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가을까지 지속된 폭염으로 전어, 꽃게 등 제철 수산물 가격이 2∼3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 어획량이 줄어든 탓에 ‘피시플레이션(피시+인플레이션)’이 점차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7∼12일) 전어 1kg의 가격은 1만7600원으로 1년 전(지난해 10월 9∼14일) 대비 184% 올랐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횟집은 전어회 400g 소(小)자 상품을 한 접시 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같은 양을 3만 원대에 판매했다고 한다. 이 횟집 사장은 “가을철 전어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횟감으로 많이들 찾았는데, 어획량이 줄면서 전어의 kg당 도매가가 2배 이상으로 올랐다”며 “손님들도 이 가격은 부담스러워해 구색만 맞추려 가져다 놓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횟감뿐만 아니라 구이용까지 물량을 줄이는 판이다. 원래 전어회는 취급하지 않던 홈플러스는 구이용 전어 물량을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구이용 선어(鮮魚)는 횟감으로 쓰는 활어에 비해서는 그나마 확보해 둔 물량이 있는데, 이마저도 충분치가 않은 것이다.
꽃게도 마찬가지다. 암꽃게 1kg 가격은 1만7200원으로 전년 대비 219% 비싸졌다. 수협중앙회 회원조합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꽃게 위판량은 2707t으로 전년 동기(5152t) 대비 47.5% 감소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전 계약한 선단(船團)을 통해 물량을 겨우 확보해 판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찾는 횟감인 자연산 광어와 자연산 농어도 1kg 기준 가격이 각각 3만3600원, 2만800원으로 전년 대비 91%, 81% 올랐다.
수산물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고수온이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이달 5∼11일 남해안 수온은 24.2도로 평년(1991∼2020년)보다 2.2도 높았다. 동해안은 23.0도, 서해안은 23.1도로 각각 평년보다 1.8도, 1.9도 높았다. 올해 고수온 특보 발령 기간은 역대 최장인 71일간 이어져 양식어업 피해도 컸다. 고수온 주의보는 평년 대비 2도 이상 수온이 변동할 때 내린다.
어패류의 폐사량도 늘었다. 해수부가 집계한 결과 올해 들어 고수온으로 폐사한 홍합은 이달 18일까지 2245줄(1줄=약 14만2000마리)이다. 단순 계산으로 3억 마리가 넘는다. 지난해엔 고수온으로 홍합이 폐사했다는 보고는 없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홍합은 국내 대부분 어장에서 폐사, 탈락 등으로 양성 상태가 매우 부진하다”고 전했다.
폐사한 굴은 7628줄로 전년(916줄)의 8.3배로 늘었다. 이달 전복 출하량은 1650t으로 전년 동월(1727t) 대비 4.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남해안을 중심으로는 양식 멍게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산물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할인 행사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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