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B씨는 HUG에 임대보증금 보증계약을 신청했고, HUG는 같은 해 5월 보증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B씨가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HUG가 B씨를 대신해 A씨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해 주는 계약이다.
A씨는 이 계약을 믿고 B씨와 지난해 7월 임대차 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계약 체결 당시 B씨는 건물 가치보다 담보채무와 보증금 합계가 더 많아 HUG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웠다. 이에 B씨는 보증금 액수를 낮추는 등 위조한 전세 계약서를 HUG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HUG는 B씨로부터 확정일자조차 확인받지 않았던 것으로 감사원의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후 뒤늦게 허위 서류임을 인지한 HUG는 B씨의 명의로 된 건물의 보증보험을 무더기로 취소했으며, A씨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HUG 측은 “이 사건 계약은 B씨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B씨를 대신해 HUG가 임차인인 A씨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수익자인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이 사건 보증계약은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인 HUG가 임차인이 이미 납부한 임대차보증금의 환급에 대한 이행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조건부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면서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사업은 아닐지라도 성질상 보증보험과 유사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HUG는 주채무자의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한 보증요율과 보증기간의 총 일수 등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산정한 보증료를 주채무자에게 부과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보증회사의 임대보증보험상품의 보험료 산정방식과도 유사해 보인다”며 “이 사건 보증계약이 체결되면 HUG는 임차인들에게도 보증서를 교부하는 등 보증계약 체결 사실을 통지해 임차인들에게 안정적인 권리 보호 및 행사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판사는 “설령 HUG 측의 주장처럼 이 사건 보증계약이 단순 제3자를 위한 계약이고, B씨의 기망을 이유로 이 사건 보증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보증계약을 기초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게는 이를 대항할 수 없다”며 “A씨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수익자임과 동시에 위 보증계약을 기초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에도 해당한다. 나아가 A씨가 B씨의 기망사실(임대차 계약서 위조)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다”며 전세사기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A씨처럼 B씨의 전셋집에 살다가 HUG로부터 일방적인 보증보험 계약을 해지당한 세대는 99가구로 알려졌다. 이중 83명의 피해자들이 17개 그룹으로 나눠 HUG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5월 부산지법 민사6단독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임차인)의 손을, 지난달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는 HUG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임차인들이 승소한 판결에서는 HUG의 임대차 보증보험을 ‘보증보험’으로, HUG 측이 승소한 판결에서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들의 엇갈린 판결은 이어지는 세입자와 HUG 간의 유사한 민사소송에 큰 혼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HUG는 오는 24일 종합감사 시작 전 해당 사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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