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립몰수제란 공소시효 완성 등으로 기소할 수 없는 경우에도 특정 요건을 갖추면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심 총장은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독립몰수제 취지의 형법 개정안에 찬성하느냐”란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의 질의에 “저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에는 몰수를 ‘형벌의 종류’에서 삭제하고 범죄자가 사망하거나 사면, 공소시효 완성 등으로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거나 상속·증여됐을 때도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행 형법은 ‘몰수’를 형벌을 선고할 때 부과하는 ‘부과형’으로 규정하고 있어 범인이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끝나면 몰수가 불가능하다.
독립몰수제가 도입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도 몰수가 가능해진다. 항소심 재판 당시 노 관장 측은 ‘선경 300억 원’ 등이 적힌 김옥숙 여사(노 전 대통령의 부인)의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김 여사가 보관해 온 이 메모는 앞선 검찰 수사에선 드러나지 않았고, 추징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메모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 원이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건네져 SK그룹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판단하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접수된 고발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한 상태다. 심 총장은 이날 국감에서 “수사팀에서 관련된 법리나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