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등 30주기 합동위령제
다리 상부 무너져 내려 32명 숨져
“안전의식 바뀐 것이 없다” 한탄
“어떻게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 철근을 빼고 지을 수 있나. 성수대교가 무너진 지 30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21일 오전 10시 40분경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북단나들목 인근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위령탑 앞. 희생자 32명의 이름이 적힌 영정 앞에는 유족들이 피운 향이 피어올랐다. 옆에는 당시 사고로 선생님을 잃은 제자들이 보낸 국화꽃이 보였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희생된 이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30주기 합동위령제가 이날 오전 11시경 열렸다. 위령제는 유가족과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 교직원, 학생 대표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차례로 묵념하고 추모사를 낭독했다. 무학여고 2학년 학생회장 김민윤 양(17)이 추모 시로 ‘가신 이에게’를 낭독하자 현장에선 울음이 터졌다. 사고로 딸을 잃은 한 유족은 김 양을 껴안고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한 유족은 최근 문제가 된 ‘아파트 부실 시공’을 거론하며 바뀐 것이 없다고 한탄했다.
성수대교는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경 무너졌다. 다리 상부가 무너지며 당시 등교하던 무학여고 학생 8명을 포함해 시민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당시 이원종 서울시장은 사고 발생 7시간 만에 경질됐고 동아건설의 부실 시공과 정부의 안전 관리 미비가 드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는 1997년 10월 21일 위령탑을 건립했다.
참사로 형을 떠나보낸 김학윤 씨(58)는 추모사에서 “조금만 더 기본에 충실했다면 다른 유족들의 가슴에 못 박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위령탑은) 역사의 장이자 교육의 장이며, 고인들의 값진 희생이 절대 헛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위령탑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토로했다. 위령탑은 강변북로 도로 사이 화단에 건립됐는데 차량 없이는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막냇동생을 잃은 유가족 대표 김양수 씨(64)는 “행사가 열리거나 유족들이 올 때가 아니면 아무도 관심 없는 곳이 됐다”며 “시민들이 산책하며 ‘이런 곳이 있다’고 기억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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