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월급에 연구비 받는 美 의사과학자… 연간 600여명 배출에 5000명 지원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3일 03시 00분


[의정갈등 해법, 해외서 길을 묻다]
美의대 79% 의사과학자 과정 운영
정부도 지원… 제약사 등 진로 다양

“미국 의대들은 지난 50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재는 안정적으로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해컨색머리디언병원 암연구소장을 지낸 스티븐 서 디아그노신 대표(59)는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임상의사는 환자가 밀려 있다 보니 연구를 하기 쉽지 않고, 과학자는 임상 경험이 없어 제약 등의 연구에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바이오 제약사를 운영 중인 그는 “의사과학자는 의사와 과학자를 이어 주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로 임상 경험에 과학적 지식을 접목해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 등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제약 분야에 필수 인재지만 한국에선 의사와 수입 차이가 크다 보니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충분한 연구비와 보상을 제공하며 1970년대부터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미국 155개 의대 중 122개(78.7%)가 의사과학자 과정을 두고 있다.

임상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대학도 적지 않다. 아이작 김 예일대 의대 비뇨의학과장(56)은 4일 인터뷰에서 “현재 중증 전립샘암 수술과 말기 임상 치료 관련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며 “연간 150건 정도 전립샘암 수술을 진행하고 매년 논문 10개를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재직 중인 예일대 비뇨의학과는 교수 1인당 연구비로 연간 25만 달러(약 3억4500만 원)를 지원한다. 의사과학자 교수들의 급여 역시 진료 교수의 70∼100% 수준을 보장한다.

미국 의대생들은 보통 학부를 졸업한 뒤 4년 과정의 의학전문대학원을 마치고 의사 자격(MD)을 취득한다. 하지만 의사과학자를 희망하는 경우 MD 과정과 함께 4, 5년 정도 추가 연구 과정을 통해 자연과학, 공학 등의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미국에서만 매년 600여 명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되는데 5000명 이상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예일대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학년 정원 104명 중 약 20명이 의사과학자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의사과학자의 활약은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말 기준 화이자, 노바티스 등 상위 10대 제약회사 중 7곳에서 최고과학책임자로 의사 출신을 기용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 시장은 연평균 약 5% 성장하며 2027년 시장 규모가 2조 달러(약 27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미국 의대#의사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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