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8시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초등학교 앞. 속속들이 도착한 근조화환은 30여 분만에 100여 개가 됐다.
아이들은 근조화환 속 문구를 읽으며 학교로 발걸음을 향했다. 근조화환에는 ‘아이야 분당 엄마들이 함께할게’, ‘반성하고 사퇴하세요’, ‘사과는 용서받을 때까지’, ‘불공정한 세상을 배우게 하시면 안돼요’ 등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자녀와 함께 등교하는 부모들과 지나가는 주민들도 잠시 멈춰서 길게 늘어진 근조화환 행렬을 바라봤다.
‘A 시의원 사퇴’라는 마스크를 쓴 한 학부모는 “초등학생으로서 할 수 없는 행위를 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게 학부모 입장에서 너무 괘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학생이 조손 가정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모님이 없어도 우리 엄마들이 부모의 마음으로 지켜주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느냐”고 근조화환 취지를 말했다.
해당 학교에 손녀딸을 보낸다는 할머니도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다”며 “피해자는 계속 피해를 보고 가해자는 떳떳하면 안 된다. 아이들 인성부터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근조화환 시위를 반대하는 한 학부모가 고성을 지르면서 잠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학부모는 “누구 지금 사람 죽었나. 누가 죽어야 끝나는 거냐”면서 “왜 학교 앞에서 우리 아이들 상대로 이런 조화를 갖다놓는 것인지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간다”고 소리쳤다.
지역 주민들은 전날 해당 학교 학폭 논란과 관련한 단체대화방을 만들었고 6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등은 △학교 폭력 근절 △가해자 처벌 △가해 학부모 중 한 명인 A 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화환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은 추후 성남시의회 앞에서도 근조화환 시위를 할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성남시의회 제297회 임시회는 23일부터 2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앞서 성남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올 4월부터 6월까지 학생 4명이 한 학생을 상대로 폭력을 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공원에서 과자와 모래를 먹이고, 게임 벌칙을 이유로 몸을 짓누르며 폭력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신고를 접수한 교육청은 학교폭력 사실을 파악한 뒤 최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 4명 중 2명에게 서면사과 및 학교 교체 조치를, 나머지 2명에겐 서면사과와 봉사 4시간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가해 학생 가운데 한 명이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 A 씨의 자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시의회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일부는 A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A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지난 21일 소속 정당이던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A 의원은 지난 17일엔 입장문을 통해 “부모 된 도리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피해를 본 학생과 가족들께, 시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감사를 지시했다”면서 “엄격한 감사를 통해 시정조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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